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범오(38) 경사는 자살자를 구하는 '사이버 공간의 수호천사'로 통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걸어가는 이들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사이버 공간을 이 잡듯이 훑는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77명의 생명을 살렸다.
하루 평균 42명, 34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공화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한국의 경찰관으로서 단 한 명이라도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그는 쉴 수 없다고 했다.
1996년 순경으로 시작해 파출소에서 5년을 근무한 이 경사는 성동경찰서 수사과를 거치며 사이버 수사에 눈을 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합류한 뒤 2009년부터 자살 예방의 전선(戰線)에 섰다. 이 경사는 그해 5월 3일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오후 7시 5분 자살예방협회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날씨가 좋은 일요일이군요'라는 제목의 메일과 함께." 20대 남성이 올렸다는 글은 '여러분은 저 같은 인생을 안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하늘나라로 간다.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경사는 곧바로 IP(인터넷 주소) 추적에 나서 이 글이 강원도 동해시의 한 PC방에서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연락을 받은 현지 경찰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손님을 찾아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인근 야산에서 소주 3병을 마신 채 떨고 있던 김모(23)씨가 발견됐다. 그의 배낭에는 유서와 극약이 들어 있었다.
경찰청 6층, 이 경사의 책상에 놓인 '인터넷 자살글 구호 조치'라는 두툼한 파일에는 3년여 동안 그가 처리한 자살 예방 사례들이 정리돼 있었다.
더 이상 기댈 데가 없다는 20대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이젠 그만 살겠습니다'라는 글부터 여중생의 '얘들아, 나 자살할래' 같은 글까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이들이 남긴 흔적들이었다. 장난 글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는 어느 하나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5월 동해시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그 남자와 최근 통화했다고 말했다. "'잘 살고 있느냐' 물었고, 그는 '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한참 있다가 '고맙다'며 울먹이더군요. 경찰은 울면 안 되는데, 가슴이 먹먹한 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이 경사는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형사로 뛰면서 범인을 적잖이 검거했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자살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 프로그램 같은 경찰관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