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프로골퍼 에릭 콤프턴(32)은 자신을 '꿈을 꾸는 사람(dreamer)'이라고 했다. 두 번이나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도 필드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진정한 영웅(hero)'이라고 했다.
27일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 멕시코 오픈이 열린 멕시코 과나후아토주 레온의 엘보스케골프장(파72). 평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2부 투어 대회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특별한 우승자 콤프턴 때문이었다. 콤프턴은 마지막 4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리처드 리(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콤프턴은 "그동안은 내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 덕에 초청 선수로 PGA투어에서 뛸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에 우승하면서 자력으로 투어 출전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감격했다. 상금 12만6000달러를 받은 콤프턴은 2부 투어 시즌 상금 랭킹 2위(21만5709달러)로 뛰어오르며 내년 PGA투어 출전권 확보에 파란 불을 켰다.
아홉살 때까지 콤프턴은 학교 야구팀에서 '가장 빠른 아이'로 통했다. 그런데 좀처럼 감기가 낫지 않아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바이러스성 심근증'이란 판정이 떨어졌다. 3년을 기다린 끝에야 심장 이식수술을 받아 생명을 건졌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부어 올랐다.
스스로 '버블보이(bubble boy)'라 부르며 괴로워하던 콤프턴에게 위안이 된 것이 골프였다. 그는 골프에 몰입했다. 콤프턴의 아버지는 "에릭이 골프를 통해 자신이 가혹한 운명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니어 골프 랭킹 1위까지 오른 콤프턴은 미국 조지아대를 나와 2001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캐나다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PGA 진출의 꿈을 키우던 그는 2007년 다시 쓰러졌다. 미국 네이션와이드투어 대회 도중 심장 이상으로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콤프턴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힘들 것 같아요"라고 울먹였다. 그게 마지막 작별인사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죽을 고비를 넘겼고, 7개월 후인 2008년 5월 두 번째 심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콤프턴에게 골프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다. "라운드 중에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들으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스무 알의 심장약을 입속에 털어 넣고 필드에 다시 섰다. 남들보다 두 배 이상 땀을 흘리는 그는 캐디에게 "찬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내 심장에 좀 부어달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콤프턴은 지난해 페블비치에서 열린 제110회 US오픈 지역 예선을 통과하며 메이저대회 출전의 꿈을 이뤘다.
콤프턴은 "그동안 겪은 고통과 주변 사람들이 베풀어준 사랑과 도움, 이 모든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 심장'을 가진 그는 이제 정규 PGA투어 우승을 향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