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냉전(冷戰) 때인 1983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의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격추시킨다는, SF 영화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로 이뤄지기 전에 소련은 망했다. 결과적으로 수백억달러의 미 국민 세금이 낭비된 셈이다.
냉전이 끝난 21세기에는 그런 어리석은 일이 사라졌을까. 그랜트 헤스로브 감독이 만든 영화 '초(민망한) 능력자들'은 '2000년대라고 해서 냉전 때보다 크게 나아진 건 없다'며 현실을 비웃는 블랙 코미디 반전(反戰) 영화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1980년대 초반 미·소 양국에서 은밀히 키웠다는 '초능력자 부대'이다. 영화 제목처럼 황당무계한 소재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책과 TV다큐멘터리로 심각하게 소개된 적이 있다. '초(민망한) 능력자들' 역시 "이 영화엔 의외로 사실이 많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아내를 직장 상사에 빼앗겨 버리고 특종을 찾겠다며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한 중동으로 무작정 떠난 기자 밥 윌튼(이완 맥그리거)은 어느 날 우연히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나게 된다. 린은 자신이 미 육군 비밀부대의 일원이며 적의 생각 읽기, 벽 통과하기, 노려보는 것만으로 염소 죽이기 같은 초능력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밥은 이라크 잠입 길에 린과 동행하다가 납치와 사막 고립 등의 고초를 함께 겪으며 점점 이 황당한 남자를 믿게 된다.
헤스로브 감독은 허구로 점철된 코미디의 중간 중간 이라크전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끼워넣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문다. 미군측 보안회사 직원들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은 걸로 착각해 자기들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모습 등이 예이다.
무엇보다도 이 황당무계한 코미디 영화에 조지 클루니, 케빈 스페이시, 제프 브리지스 같은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한 게 인상적이다.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오비완 케노비'를 연기했던 이완 맥그리거에게 "우리는 사실 (스타워즈의 평화 수호자인) 제다이 전사"라고 얘기하는 장면에선 절로 실소가 나온다.
배우들의 중량감에 비해 이야기의 힘은 빈약하다. 미국 특유의 정서와 맥락이 녹아 있는 B급 블랙 코미디인 만큼 한국 관객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현실로 한 걸음씩 나아가던 영화가 막상 사건을 해결하는 지점에서 가장 현실도피적인 장치를 선택할 때 맥이 확 풀려버린다.
원제 '염소를 노려보는 남자들(The Men Who Stare at Goats)'. 7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기자 밥 윌튼. 어떤 언론도 그의 기사를 실어주지 않지만, 그는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다"며 초능력으로 통과하겠다는 듯이 사무실 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대사
"독수리 깃털은 가짜야. 독수리 깃털 뽑으면 벌금이 얼만데. 칠면조 깃털이야. 모든 게 가짜야." (린이 스승 빌에게 전해달라며 밥에게 건넨 초능력 부대 리더의 상징 독수리 깃털. 이것도 가짜였다.)
#해외평
"조지 클루니 혼자 (영화의) 절반을 웃겼다." (뉴욕 데일리 뉴스)
#이런 분들 보세요
히피 문화부터 사막 전투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조지 클루니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