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를 지낸 전북 현대 골키퍼 A가 전남 선수 시절인 지난해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자진 신고했다. 전북 구단은 "A가 상주와의 K리그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인 24일 밤 최강희 감독에게 승부 조작 가담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프로축구연맹과 협의 후 다음날 A를 창원지검에 인계했다"고 26일 밝혔다.
2002년 전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A는 지난 시즌까지 전남에서 뛰다 올해 전북으로 이적해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2008년엔 국가 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그동안 수차례 면담에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던 A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승부 조작 의혹을 조사하는 창원지검은 지난 9일 1차 수사 결과 발표 후 전남이 울산에 0대3으로 패한 지난해 9월 18일 K리그 경기를 비롯한 정규리그 후반기 두 경기와 리그컵 한 경기 등 세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잡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A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전남에서 함께 뛴 선수들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자 압박감을 느끼고 자진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가 검찰에 출두함에 따라 '전남 커넥션'이 승부 조작 수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전남이 검찰 소환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힌 미드필더 정윤성 등 현재 검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 대부분이 전남 소속이거나 전남 출신이다. A에 앞서 자수한 부산 아이파크 소속의 수비수 B는 지난해 전남에서 뛰었고 지난 22일 군 검찰에 체포된 상무 소속 선수 두 명도 전남에서 뛰다가 입대한 선수들이다. 창원지검은 골키퍼 A 외에도 전남 소속 선수 세 명과 지난해 전남에서 뛴 강원 선수 한 명에 대해 추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남구단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에 앞서 10억원가량의 이적료를 주고 골키퍼 A를 데려왔던 전북의 한 관계자는 "전남이 지난해 6월 승부 조작과 관련한 각서를 선수들에게 받는 등 이상 징후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승부 조작과 관련된 선수들이 올해 줄줄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입대했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남은 24일 소속 선수 정윤성이 검찰에 소환되자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부 조작을 뿌리 뽑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남에서 7시즌을 보낸 A를 비롯해 전남 출신 선수들이 잇달아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남 지휘봉을 잡았던 박항서 전 감독은 현재 브라질 연수 중이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지난해부터 축구계에선 일부 구단이 자체 조사 결과 승부 조작 가담이 의심되는 선수들을 다른 팀에 팔아버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구단측이 승부 조작 내용을 알고도 쉬쉬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