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 '막대기에 묶인 사람-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고통'이 23일 독일 베를린의 슈타지 박물관에서 열렸다. 슈타지는 도청과 감시를 통해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했던 옛 동독의 비밀경찰이다. 슈타지 박물관은 과거 동독 시절 체제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던 사람들을 추모하고 당시 공산정권의 악행을 알리는 공간이다. 박물관측은 이날 행사를 개최하면서 "독일에서 북한 인권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엔 탈북자 김혜숙(50)씨와 헬무트 프라우엔도르프 슈타지 박물관 부관장, 외른 로데 독일 외무부 동북아과장,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를 비롯해 150여명이 참석했다. 박물관측은 "반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주독 북한대사관에도 초청장을 보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프라우엔도르프 부관장은 "북한 주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와 사치로 인해 굶주리고 탄압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독일에서 북한 상황에 대해 잘 알기는 어렵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측은 토론회에 앞서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라는 김정일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담은 다큐 영화를 방영하고 수용소 실태를 고발하는 전시회도 개최했다.
탈북자 김혜숙씨는 할아버지가 6·25 때 월남했다는 이유로 2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 탈북자 중 가장 오랫동안 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는 "남한이 민주주의 국가라 탈북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도 인권이란 단어도 몰랐다. 나는 단지 살기 위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김씨가 풀을 그린 그림을 들고 "북한 사람들은 이런 것만 보면 죄다 뜯어 먹는다. 그러다가 독초를 뜯어 먹고 온 가족이 죽기도 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김씨는 "국제사회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형제들이 아직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 북한이라는 사회를 없애든지, 정치범 수용소를 완전히 철폐하든지 해서 저처럼 자유롭게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생들을 남한으로 데리고 올 생각은 없느냐"라는 질문에, "철조망을 뚫고 갈 수도 없고 브로커 비용만 해도 400만원이 넘게 든다. 최근에는 국경 경비가 더욱 강화돼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대표도 "동독 시절 슈타지 수용소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진 이후에 시설이 많이 개선됐다고 들었다"며 독일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 독일 시민은 "독일에는 중국이나 동유럽 국가들의 인권 문제보다 북한의 상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오늘 와서 보니 정말 심각한 것 같다. 동·서독은 서로 총을 겨눈 적이 없어 그런지 대화도 통하는 편이었고 동독 지도부는 북한처럼 부패가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24일 오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한 후 정치범 명단을 전달한다. 수년 전부터 북한대사관 앞에서는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진 독일시민 10여명이 매주 '금요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