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초등학교 A교사는 최근 수업 시간에 친구와 떠드는 6학년생을 꾸짖었다가, "씨×" "병신 같은 ×"이라는 욕을 들었다. 같은 날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 하얀 선을 그리자 3~4명의 학생이 뒤를 따라오며 선을 지웠다. 세 차례나 "하지 말라"고 해도 학생들은 "뭐 어때?"하고 계속 선을 지웠다. 경기도의 중학교 B교사는 며칠 전 2학년 수업 중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학생에게 "졸면 안 되지. 바로 앉아"라고 했지만 학생은 일어나지 않았다. B교사가 재차 "일어나라"고 하자 학생은 몸을 일으키며 "왜 그러는데? 내가 언제 잤다고? 그냥 엎드려 있는 것도 안 되나?"라고 했다. 학생은 다시 팔을 베고 책상에 엎드렸다.

서울의 한 고교 교실에서 남학생(왼쪽)이 수업을 마친 교사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누나 사귀자”라고 말하는 모습. 2009년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지금도 검색되고 있다.

학생들의 막된 행동으로 초중고 교실이 '통제 불능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욕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 되었고, 이제 교사를 구타하고 수업 중에 교사에게 욕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서울시교육청 등이 엎드려 뻗치기, 운동장 돌기 같은 벌 주는 것까지 제한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가 꾸중하면 욕하고 때리고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달 초 수업 중에 딴 짓을 하며 떠드는 1학년 학생에게 "집중하라"고 말했다가 머리를 세 차례 얻어맞았다. 학생은 "기분 나쁘게 해서"라고 구타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잘못한 학생을 지도했다가 "씨×" "님도 싸가지 없음" "니가 뭔데" 등 욕설을 들었다. 한국교총이 21~22일 교사 3067명을 설문한 결과, 학칙에 규정된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했는데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교육청의 감사·주의를 받은 교사가 75.8%(232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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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파주시 K고교의 이모 교사는 학교 건물 뒤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3 이모(18)군 등 학생 4명을 발견했다. 이군은 건물 벽에다 소변까지 보고 있었다. 이 교사가 "누가 거기에 소변 보라고 했느냐"고 꾸짖자 이군은 갑자기 이 교사 쪽으로 달려들어 "법대로 해"라고 외치며 이 교사의 가슴을 때렸다.

학부모, 교사에게 항의·협박

지난달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고3 학생이 지각을 자주 하자 30분 일찍 등교하도록 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다음날 학교로 찾아와 "지각을 해도 가만 내버려두지 왜 일찍 나오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아침에 아버지가 차로 데려다 줘야 하는데, 술도 못 먹고 일찍 들어오라는 것이냐"고 했다. 이 어머니는 "수업시간에 빼앗은 휴대폰도 애한테 돌려줘라. 안 그러면 인터넷과 교육청에 민원 넣고 교장 교감한테 말해서 가만 안 두겠다"고 교사를 협박했다.

경기도의 다른 중학교 교사는 염색과 화장을 한 1학년 학생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가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학부모는 학교에 찾아와 "담임도 아닌데 왜 우리 애를 자꾸 지도하느냐"며 "선생님 때문에 애가 스트레스받는다. 앞으로 계속 뭐라고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소지품 검사도 제대로 못해

최근 경기도 일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중 웅성대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 학생이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이는 장난을 하고 있었다. 옆 학생들이 달려들어 불은 금방 꺼졌지만, 교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3월에 도입한)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소지품 검사를 하려면 학생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담배나 라이터 등 위험한 물건을 갖고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