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54)가 침묵을 대가로 공안 당국에 체포된 지 80일 만인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외부 언론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일절 발설하지 않고, 베이징 밖으로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차오양(朝陽)구 차오창디(草場地)에 있는 그의 자택 겸 스튜디오 외부에는 집 밖은 물론, 스튜디오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는 감시용 폐쇄회로TV(CCTV)까지 설치됐다.
아이웨이웨이는 석방 직후 베이징 시내에 있는 자택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온 외신기자들에게 "집에 돌아와 좋다. (체포되기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건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0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미안하지만 보석 기간이라 말할 수 없다"며 침묵했다고 AFP 등 외신은 전했다.
아이웨이웨이 석방에 대해 서방 언론은 그동안 각국 정부와 인권단체, 예술가 등이 제기한 석방 요구를 중국 당국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국제 여론에 굴복했다는 것이다. 마침 그가 석방된 날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오는 2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영국·독일·헝가리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서기 이틀 전이다. 이중 영국과 독일은 그동안 중국 당국에 아이웨이웨이 석방을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온 국가들이다.
반면, 중국 당국이 체포·조사 과정에서 이미 '아이웨이웨이의 침묵'이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석방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정치 분석가 러셀 모제스(Moses)는 2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아이웨이웨이는 유명한 인물이지만, 중국 공안 당국이 국내 정치 안정을 목표로 반체제 인사와 벌이고 있는 전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이번 일로 중국 당국이 국제 여론에 굴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