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남씨가 국방부에 제출한 고발장.

“제가 당한 일을 사람들에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더 놀랍니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아직까지 그런 일이 있느냐고. 그 일 이후로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가정은 풍비박산 났고, 여든이 넘은 노모와 어린 아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고 억울합니다. 아무리 군대라고 하지만, 힘없는 부사관이라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습니까.”

예비역 상사 김상남(42)씨는 6월 10일 "육군본부 법무실과 국방부검찰단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군 검찰관과 수사관들을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국방부에 제출했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군 검찰 수사진의 실명과 계급을 밝히면서 "수사팀이 온갖 쌍욕을 하면서 (나를) 폭행했고, 7~8번에 걸쳐 밤샘 조사를 받았지만 이 중 야간 조사 동의서를 받은 것은 한 번밖에 없었으며, 군 검찰 간부가 '다른 사람의 혐의 내용을 불면 한 건당 1년씩 구형량을 낮춰주겠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군 복무 중 업체로부터 상품권과 현금 등 36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아 지난 4월 16일 전역했다. 그는 6월 12일 주간조선과 만나 “업체로부터 명절 떡값 등으로 360만원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환해놓고 ‘간부 회식’ 등 핑계 헛걸음 시켜”

“처음 긴급체포된 것은 2009년 3월 4일입니다. 직권남용·뇌물수수 등의 혐의였습니다. 비품 등을 구매하면서 견적서대로 계약을 체결, 물가 정보지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제 경우는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혐의가 있으며,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시간이 없는 긴급한 상황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형사소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영장이 기각돼 이틀 만에 풀려나왔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인 2009년 5월 6일 또다시 긴급체포를 당했습니다.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 돈은 제가 빌려준 걸 돌려받은 것으로, 계좌를 살펴보면 누구라도 그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덜컥 긴급체포를 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군 검찰은 영장 청구도 하지 않고 47시간 만에 풀어줬습니다.”

김씨는 수사를 받았던 2009년 상황을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 근무지는 충남 계룡대였습니다. 수사는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검찰단이 했습니다. 검찰단은 저를 소환하면서 ‘오전 9~10시까지 오라’고 했습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갔죠. 그런데 검찰단에선 아무 말도 없이 오후 6시까지 마냥 기다리게만 했습니다. 그렇게 마냥 기다리게 하다가 조사도 않고 돌려보내길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간부들 회식이 있다’고 하기도 했고, ‘검찰부장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2009년 7월 한 달 동안 6회 소환을 받았는데, 그중 3회는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계룡대로 그냥 내려가게 했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수사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군 검찰은 그런 방식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밤샘 조사 7~8번... 야간 조사 동의서는 한 번뿐”

김씨는 "2009년 9월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해 9월 16일 다시 소환을 받았습니다. 아침 9시쯤 도착했는데, 이번엔 이튿날 새벽 1시까지 계속 기다리게만 하는 겁니다. 조사도 않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라는 겁니다. 계룡대에 있는 집으로 내려갈 수가 없어 여관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소환에 응했습니다. 그런데 검찰단은 이번에도 조사를 하지 않고 종일 기다리게만 하더니, 이튿날 새벽 1시30분이 되니까 '다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온 것이 2009년 9월 한 달만 16·17·18·21일 네 차례"라고 했다.
"조사가 다 끝나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 짓을 무려 17~18회 되풀이했습니다. 사람을 바짝바짝 말리는 것입니다. 같은 내용에 대한 진술 조서를 무려 13번이나 썼습니다."

김씨는 2009년 11월 5일 또다시 긴급체포돼 그해 11월 9일 구속됐다. “처음엔 특별조사단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2009년 12월 16일 육군본부 조사실로 옮겼습니다. 조사담당 준위는 ‘야 이 씨놈아, 새끼 등의 욕을 퍼부으며 저를 추궁했습니다. 저는 7~8회에 걸쳐 밤샘 조사를 받았지만, 야간 조사에 응하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한 적은 딱 한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 혐의 불면 건당 1년씩 깎아주겠다”

김씨는 2009년 12월 17일에는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사담당 준위가 '답변을 성의없이 한다'면서 XX새끼, XX놈 하며 마구 욕을 해대더니 '일어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어섰더니 주먹으로 제 가슴을 '퍽' 하고 때리는 겁니다. 주먹에 맞고 제가 뒤로 쓰러졌습니다. 조사실 캐비닛 쪽으로 쿵 하며 넘어지니까, 그 충격으로 방 출입문이 덜컥 열리더군요. 그 바람에 통로에 서있던 육군32사단 헌병대대 경호원 두 명이 현장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자 수사관 한 명이 방문을 닫았습니다."
김 상사는 담당 검찰관들 실명을 밝히면서 "이들로부터 여러 번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한 검찰관은 '야 이 XX놈아, 너는 (징역형) 10년에서 15년이야'라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듣다 보니 너무 화가 나서 '욕 좀 하지 말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다른 검찰관이 책상을 '쾅' 치면서 '누가 욕을 했다고 그래'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군 검찰 간부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최고형을 구형하면 20년도 살 수 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 혐의를 10건만 불어라. 그러면 한 건당 구형을 1년씩 깎아줄게’라고요. 그러면서 A4 용지를 한 장 놓고 가더군요. 하도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엉터리 조서 작성... 법 적용에 형평성도 없어”

김씨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조서가 작성된 적도 있다"고 했다. "2009년 3월 국방부검찰단 406호실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저를 신문한 검찰관은 J씨였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타이핑한 것은 다른 J씨였습니다. 그런데 제 신문조서에는 타이핑을 한 J씨가 신문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다른 수사관이 입회를 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공문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자다가 놀라 깨기도 하고, 이유 없이 가슴이 벌렁거리기도 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는 "주간조선이 보도한 '흔들리는 軍 사법기관'이란 탐사취재보도를 읽었다"며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은 1000만원의 현금을 받고 요정·호텔 등에서 향응을 접대받았는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나는 떡값 등 명목으로 360만원을 받았는데도 똑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래서야 법 적용에 형평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그는 "(자신의) 고발장과 진술 내용에 단 하나라도 거짓이 있다면 목을 걸겠다"며 자신의 이름과 계급, 얼굴을 공개했다.

“휴대폰도 그대로 쓰는데 연락 두절됐다니...”

군 검찰은 이 같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검찰단에서 (김씨 수사를 담당한) 해당 준사관을 내사했지만 혐의 없는 것으로 종결됐으며, 특히 김상남 스스로가 본인의 주장에 확신이 없어 국방부검찰단의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육군본부 고등검찰부는 6월 8일, 주간조선의 '흔들리는 군 사법기관' 시리즈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며 제출한 ‘조정신청이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또 육군법무실 직원 14명은 6월 8일 ‘군 검찰 관련 기사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주간조선을 상대로 낸 소장 19쪽에서 “군 검찰은 지난 수년간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피의자 등에게 폭행과 협박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만약 그러한 행위가 있었다면 해당 검찰관이나 수사관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가하였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 지시에 의해 국방부검찰단에서 해당 검찰관과 검찰 수사관을 조사한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육군본부 고등검찰부가 ‘김씨가 국방부검찰단의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 데 대해 김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6월 12일 “국방부 장관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하지만 이후 국방부검찰단과 육군법무실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을 직접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가혹행위를 한 당사자가 군 검찰인데, 그 군 검찰이 진상을 조사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가해자인 검찰관과 수사관만을 조사한 뒤 ‘가혹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종결됐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휴대폰 번호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연락 두절은 무슨 연락 두절이냐”며 “주간조선 보도 이후 해군법무실의 상사 한 명이 ‘한번 보자’며 연락해온 적은 있었지만, 만나자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