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20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원 의원은 "친박 진영이 아닌 당대표가 당을 이끌려면 박근혜 전 대표를 더 배려해야 탕평이고 화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구(舊)주류의 지원을 받는 친이 후보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측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자 당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야당의 공세로부터 보호하고 정책활동을 총력 지원할 것"이라며 "(친박 측이) 소외의식과 불신을 갖고 있다면 그쪽에 더 얹어주려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박근혜·오세훈·김문수·정몽준 등 대선에 뛸 주자들은 내년 총선에서 몸을 던져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내가 가진 것부터 버리겠다"고 했다.
―공식 불출마 선언은 여야 의원 중 처음인데 왜 그랬나.
"내 지역구(양천갑)는 서울에서 한나라당 지지세가 서울 48곳 지역구 중 한 번도 10위권 밖으로 벗어나본 적이 없는 강세지역이다. 12년째 정치를 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 정도 했으면 양보하고 가시밭길을 스스로 가야 한다.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나의 정치적 운명을 다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다는 얘기도 있다.
"보기에 따라 다 시각이 다른데 어떻게 일일이 다 맞추겠나. 희생이란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내놓을 때 의미가 있다. 현역 국회의원인지 아닌지의 차이를 (의원) 해본 사람은 느낀다. 총선 출마나 비례대표, 어떤 보궐선거 출마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자꾸 토(조건)를 달면 빛이 바랜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다리를 끊어버리고 배수진을 치겠다는 거다."
―두 달 가까이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
"고민이 컸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수도권 4선에 입성하면 그다음은 가만히 있어도 어떤 기회든 올 수 있다는 게…."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안 그래도 그런 얘기들을 할 것 같더라. 총선 승리와 내년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그곳이 승리의 꽃밭이라면 함께 그 기쁨을 누릴 것이고, 만약 바닥으로 떨어지는 길이라면 민심의 맨 바닥에서부터 눈물 머금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3년 뒤 시장 출마할 기회가 온다 해도 잡지 않을 것인가?
"3년 뒤는 모르겠다. (불출마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까지를 뜻한다. 접시 닦고 문지기라도 하면서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차차기 대선은?
"하늘이 길을 열어주고 그때의 국민 마음이 있다면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지사는 총선 지원이 불가능하지 않나?
"그분들이 대선에 나서려면 총선에 기여해야 한다. 내년 총선은 대선과 8개월밖에 차이가 안 나고 대선 경선과는 불과 3개월이다. 대선 뛸 생각이 있는 분은 총선에 기여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지역구 옮겨서 출마 생각은 전혀 없나?
"'호남으로 가라'는 것같이 누가 봐도 어려운 사지(死地)로 가라는 당의 명령이 있다면 고려 못할 이유가 없겠지만 현재는 다른 생각을 일절 하지 않겠다."
―강남·영남권에서 다른 사람들도 희생해야 한다고 보나.
"내 촛불 가지고 다른 사람 몸에 그어댈 순 없다. 기득권 내놓고 국민 감동주는 자발적 실천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 보수세력이 솔선수범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자발적 희생이 많이 나와야 당도 바뀌고 보수진영도 살 길이 열린다."
―내년 총선 전망은?
"한나라당이 (현재 169석이지만) 120~130석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제1당은 지켜야 한다. 대선 후보의 기호가 1번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에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은 화합이다. 지난번 대통령 경선 때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소위 친이·친박이라는 이름으로 있다. 새 대통령 뽑아야 할 때 이미 선출된 대통령의 계파를 한다는 것은 영화의 엔딩장면 갖고 아직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심이반, 소통의 문제, 책임 있는 개혁정책의 문제다. 마지막은 (한나라당에 부정적인) 젊은 층의 언덕배기를 어떻게 넘어설 거냐 하는 문제다."
―차기 당 지도부가 가야 할 길은?
"돈 번 사람만 편하고 행세하는 것은 보수도 아니다. 공정경쟁을 하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도 실천해야 한다. 민생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뜻은 좋지만 철학이 없고 기준도 없어선 안 된다. 배가 고파도 곳간의 씨감자까지 거덜내면 안 된다. 21세기의 새로운 발전적 보수의 복지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그게 집권여당이 할 몫이다."
―나경원·남경필·권영세 후보와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