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카린 제조업체가 "사카린은 발암물질이 아니며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확인된 만큼 사용 범위를 예전 수준으로 확대해 달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 식품의약국(FDA)이 사카린을 안전한 물질로 인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초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누구나 커피에 넣어 마시는 사카린이 환경적으로도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한 환경보호청(EPA)이 현명했다"며 규제 철폐의 성공 사례로 사카린을 꼽았다. 만일 우리나라도 미국 수준으로 규제를 풀 경우 사카린 사용이 늘어 설탕업계와 다른 인공감미료업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카린의 반격?

규제 완화를 신청한 업체측은 "코카콜라·펩시·콜게이트·존슨앤존슨·화이자 같은 세계 굴지의 제약사와 식품업체들도 모두 사카린을 쓰고 있다"면서 "다이어트 음료는 물론, 치약, 구강 청정제, 약의 쓴맛을 가려주는 당의정(糖衣錠)을 만들 때도 사카린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카린을 김치와 젓갈·절임·조림 식품, 일부 음료, 어육가공품, 체중조절용 조제 식품, 시리얼, 뻥튀기 등 크게 9개 종류의 식품에서만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업체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사카린을 제과·주류(酒類)를 포함해 폭넓게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 달면서도 칼로리가 없어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당뇨·비만 환자들이 설탕 대신 널리 사용하고 있는 인공 감미료다. 설탕에 비해 30∼40배 가격 경쟁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흔히 쓰였다. 빵을 찔 때나 팥소에 넣고, 심지어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1992년 사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사카린은 써서는 안 될 물질로 취급 받게 됐다.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이 쥐에게서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미국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한 후의 일이다. 그러다 과량의 사카린을 쥐에게 먹인 캐나다 실험에 대해 오류가 지적되면서, 2000년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식약청 "신중히 고려하겠다"

식약청은 "사카린 사용 범위 확대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식약청 식품첨가물과 김동술 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식품첨가물전문가 위원회가 정한 '1일 허용섭취량'(ADI·평생 매일 먹어도 해가 없는 양)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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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사카린의 1일 허용섭취량은 체중 1㎏당 5㎎인데, 2009년 현재 우리 국민은 사카린 ADI의 약 1%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사카린 사용을 추가로 허용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의 고민은 특별히 사카린을 많이 먹고 있는 '상위섭취자군(群)' 관리에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식품첨가물 규정을 정할 때는 상위섭취자군이 ADI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재 사카린 상위섭취자군은 ADI의 6.8%를 먹고 있다. 반면 사카린과 비슷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상위섭취자군은 ADI의 1.4%를 먹고 있다.

김 과장은 "현재 규정상으로도 사카린 사용량이 다른 인공감미료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 안전에 극도로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 인식 때문에 모든 식품첨가물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과학적 기준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카린(saccharin)

1만 배로 희석해도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맛이 강한 인공 감미료(화학 분자식=C7H5NO₃S)로 인체 흡수가 거의 안 돼 칼로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설탕 대용으로 널리 쓰이다가 1992년 사용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2001년 김치·뻥튀기가 추가 허용됐으나, 예전에 쓰던 간장, 유산균 음료, 과자·아이스크림류, 껌, 통(병)조림 식품 등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