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를 석권한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샘앤파커스)도 '알박기' 때문에 아픈 적이 있었다?
이 책 출판 관계자 입에서 흘러나온, 맞는 이야기다. 사정은 이렇다.
불안에 지쳐가는 청춘을 위로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이 히트작은, 2월 둘째 주부터 3월 넷째 주까지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전국 9개 서점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 기준의 한국출판인회의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
이 책의 무서운 기세는 꺾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3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정·관계 주요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폭로성 짙은 내용을 담은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 《4001》(사월의 책)이 대중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나선 것이다.
2007년 학력위조 등으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씨의 이 책은 출간과 함께 폭발적 관심을 끌었고 출간 2주 만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제치고 3월 다섯째 주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중은 '폭로'보다 '위로'에 더 목말라했다.
《4001》에 대한 관심은 이내 시들해져, 4월 첫째 주에 2위를 내려앉더니 3위, 7위로 추락했다. 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바로 다음 주인 4월 첫째 주에 다시 정상을 탈환, 현재 9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책 출판 관계자는 "《4001》의 '알박기' 같은 반짝 인기만 아니었다면 17주 연속 1위가 가능했고 지금도 계속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알박기’란 원래 부동산 시장에서 쓰는 용어로, 아파트나 상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사업 예정 부지 가운데 극히 일부의 땅을 이미 갖고 있었거나 사업 이전에 사둔 소유주가 이를 팔지 않아 사업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17주 연속 1위' 기록이 ‘3월 다섯째 주’ 단 한 차례의 《4001》 베스트셀러 1위 때문에 수립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일부의 땅’ 때문에 사업 구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빗대어 표현한 셈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 이후 최장 주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은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작과 비평사)로 13주 연속 1위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월간 베스트셀러 기준으로 최근 10년을 놓고 봤을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자기계발서인 《마시멜로 이야기》와 《시크릿》, 소설 《다빈치코드》 정도를 제외하고 최장 기간을 기록 중"이라며 "에세이 장르에서 극히 이례적인 장기 베스트셀러가 나왔다"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최근 자체 집계한 '2011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았다. 2위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2.4배 이상 많이 팔렸다. 반면 《4001》은 이 집계에서 14위에 그쳤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산 독자의 62%가 20대, 17%가 30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