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佛家)에서는 '시간'을 '만물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겐 저마다의 시간이 있고 따라서 저마다의 공간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을 가진 것들이 마주치니,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인연(因緣)이 되는 것이지요.

더나은미래가 태어난 지 1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더나은미래도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난 1년, 더나은미래에 깃들어 있는 시간은 어떤 것이었는지 자문(自問)해봅니다.

더나은미래가 보아왔던 것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 꿈과 노력, 때로는 기적 같은 변화들이었습니다. 환멸과 분노에 이를 수밖에 없는 모순의 현장에서 서러운 눈물을 고통스럽게 목격했고, 그 틈바구니에서 부드럽게 자라기 시작하는 변화의 새순도 보았습니다. 희망을 발견하면 우리의 일처럼 기뻐했고, 복잡하게 헝클어진 부조리를 한올 한올 풀어내려다 원인과 해결책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1년, 더나은미래가 더나은미래만의 방법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허인정 전(前) 편집장의 뒤를 잇게 되었습니다. 과도한 자리임을 알기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으로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말씀 외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인연(因緣)은 인(因)과 연(緣)이 결합되어 있다고 합니다. 인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이 이끌려 말미암아진 것이고, 연은 사람의 힘을 모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연의 세계에선 우리가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과 이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두 가지가 관계 맺기의 핵심입니다.

더나은미래, 독자, 그리고 이 세상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단단하되 딱딱하지 않은 마음으로 자세를 낮춰 우리 시대의 시간을 살아가겠습니다.

※에크리(�)는 '쓰다'라는 뜻의 불어입니다. '쓰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발음을 지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