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재정불량국의 국채 거래가 뜸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그리스 구제금융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채 거래 규모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거래 플랫폼인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채 거래 규모는 지난 5월에 11억 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해서는 6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작았다.
FT가 인용한 채권 시장 관계자들은 "유럽의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 국채를 계속 거래하고 있긴 하지만, 그리스가 국가 부도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거래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재정불량국의 국채에는 이런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국채의 부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CDS)에서 그리스의 국가 부도 가능성은 지난 주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포르투갈 국채 10년물 금리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국채 가격 하락).
최악의 사태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되고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뿐 아니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국채의 대량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앤드류 볼스 유럽 이자율 부문 담당은 "그리스가 국가 부도에 처하면 국채 가치를 산정하기 매우 어려워진다"면서 "회복 가능성은 매우 낮게 점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사례에서도 국채 디폴트의 회복률은 1달러당 30센트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 게다가 그리스는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로, 당시 아르헨티나(50%)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생 가능성이 더욱 낮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다만 재정불량국 중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거래 규모는 여전히 견조해 재정위기가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는 잠잠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거래 규모는 471억유로로, 사상 최고치였던 3월에 근접했다.
이 가운데 운용자산 5700억달러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최근 신흥국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유럽에 대한 낙관론을 견지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 국부펀드는 유럽 재정위기가 경제 개혁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