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빈 라덴'이라 불렸던 알카에다 동(東)아프리카 지부 지도자 파줄 압둘라 모하메드(37세 추정)가 지난 2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 정부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모하메드는 '미국을 공격한 첫 번째 알카에다 테러'로 기록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동시폭발 테러의 주모자로, 당시 미국인 12명을 포함해 250여명을 사망케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그에게 500만달러(약 53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6주 만에 오사마 빈 라덴과 후계자 후보였던 일리야스 카슈미리에 이어 모하메드까지 잡았다"며 알카에다와의 기나긴 전쟁 끝에 성과가 쏟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FBI가 500만달러 현상금 걸어
아프리카 섬나라 코모로 출신인 모하메드는 영어·프랑스어 등 5개국어를 구사하며 컴퓨터에 능한 '고급형 테러리스트'로 자살테러와 외국용병 도입,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통한 자금 모금 등 알카에다 핵심전술을 아프리카에 도입했다. '소말리아 탈레반'으로 불리는 토착 테러세력인 알샤바브와도 연계돼 있다. 다양한 변장술과 신출귀몰함으로 유명하다.
그런 모하메드가 빈 라덴이나 카슈미리처럼 정교한 미국의 공습이 아니라,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길을 잃는 실수로 사망했다. 모하메드는 2일 자정쯤 심복 한 명을 데리고 도요타 4륜구동차로 은신처를 옮기다 길을 잘못 들어 군 경비초소에 접근했으며, 차량을 테러세력의 것으로 판단한 소말리아군의 총격으로 가슴과 배에 총 3발을 맞고 숨졌다. 차에선 미화 4만달러와 노트북, 핸드폰 그리고 빈 라덴이 최후의 순간 들었던 것과 같은 AK-47 소총 등이 발견됐다. 사망자가 모하메드란 사실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유전자 검사로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번 모하메드 사살은 미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미국은 20년 이상 내전이 지속된 소말리아에서 손을 뗀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소말리아에 뿌리내린 테러세력이 미국 내 소말리아계를 포섭하며 본토를 위협한다는 인식 때문에 CIA를 통해 소말리아에서 이들의 동향을 추적해왔으며, 일부 알카에다 요원을 제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 '점진적 붕괴' 전망도
알카에다 핵심들이 차례로 제거되자 서방에선 이것이 실질적인 테러 위험의 감소를 뜻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1일 "모하메드 사살은 알카에다와 그 추종세력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라며 환영했다. 일부에선 빈 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의 내분, 핵심 교리 전파력 약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조직이 점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은 "소말리아는 국제조직인 알카에다보다는 토착 테러세력이 우세한 곳이어서 모하메드 제거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알카에다 수뇌부인 알자와히리, 예멘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지도자인 나시르 알와히시와 안와르 알올라키 등 주요 FBI 수배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알카에다와의 '10년 전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CIA 파네타 국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대테러전 완수를 위해 관계가 소원해졌던 파키스탄과 계속 공조를 해나갈 계획이며, 올해 말로 예정된 이라크 철군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