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면할 다음 '진주만 공습'은 전력·안보·금융·정부시스템을 망가뜨릴 사이버 공격이 될 것이다."

미국의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리언 파네타<사진>는 9일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래에는 물리적 타격뿐 아니라 사이버전쟁이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파네타 지명자는 "이것이 오늘날 세계에서 정말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공격적으로 대처해야만 한다"며 "이런 공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파네타의 지적처럼 미국은 사이버전이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했음을 인정하며 대응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네트워크 공격은 '국가'가 주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선전포고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쟁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적극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에 국가 시스템 방호뿐 아니라 선제공격까지 총괄하는 사이버보안 조정관 자리를 만들었다. 2007년 에스토니아, 2008년 그루지야의 국가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공격을 보고서는 2010년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사이버 공간을 육·해·공·우주에 이은 '제5의 전장(戰場)'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미국이 이렇게 사이버전 강화 노력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적대적 국가들 역시 사이버전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유발 디스킨 전 이스라엘 정보국장은 9일 한 포럼에서 "중국은 이미 사이버 군대를 창설했으며, 최대 규모의 해커 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국내외 정적에 대한 다양한 사이버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란은 '가상 자산 방어 전략' 개념을 적용해 사이버전에 대비하고 있고, 시리아도 사이버군을 창설해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전자전 병력이 3만명에 이르며, 이들의 능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필적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북한은 최우수 대학생들을 선발해 해킹과 사이버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비밀학교에서 육성하고 있으며, 미 태평양군사령부를 마비시키고 미 국방부 네트워크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정도의 기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은 최근 이러한 적대 국가들의 사이버공격이 이뤄질 경우 미사일 공격 등으로 보복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