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두·안무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요즘 '멘토'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원정을 떠나며 집안일과 자신의 아들을 맡긴 멘토(mentor)라는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모든 것을 맡기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내게도 위대한 멘토가 있다. '백두산 이야기' '노란 우산' 같은 그림책 작가로도 유명한 류재수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지하 작업실에서 예술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면 나는 어떤 비밀을 알아가는 듯한 두근거림과 기쁨으로 가득 찬다. 선생님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순수한 아이로, 용맹한 무사로, 엄격한 성직자로, 자유로운 광대로 변신하여 멘토링을 한다. 하지만 선생님의 궁극의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mentee·조언을 받는 사람)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몇 해 전 일본 공연에 선생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공연 당일 아침, 나는 내 삶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아침식사를 맞이했다. 선생님께서 아침 일찍 직접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한 것이다. 20년이나 어린 나에게 말이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첫 공연 하는 날인데 먹고 힘써야지" 하시며 아침을 차려주시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우셔서 마치 내가 윗사람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이나 직분의 벽을 허물어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것. 위대한 멘토들만이 할 수 있는 엄청난 경지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멘토를 만나거나 멘토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많다고, 선생이라고, 선배라고, 그리고 어쩌면 멘토라고 누군가를 가르치려고만 든다. 위대한 멘토의 멘토링은 모든 것이 억지 없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