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양(羊)으로 태어났지만 키위(뉴질랜드인의 별명)의 아이콘으로 숨을 거뒀다."
'양의 나라' 뉴질랜드에서 '국민 양'으로 사랑받던 '슈렉'이 지난 6일 17세로 삶을 마감했다고 AP통신과 현지언론이 7일 보도했다.
뉴질랜드 남섬 타라스 지역 2만7000에이커(109㎢) 넓이의 목장에서 다른 양 1만7000마리와 더불어 살던 이 메리노종(種) 숫양은 털이 깎이는 것을 피하려 도주해 6년간 동굴에 은둔하다 2004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양은 털에 휩싸여 있었고, 6년간 기른 털 무게는 27㎏이나 됐다. 슈렉은 털을 깎이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하룻밤 새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양이 됐다. 헬렌 클라크 전 총리를 의회에서 만났고, 미국·일본 방송사가 그를 찾아 취재했다.
뉴질랜드에 사는 양은 인구(430만명)의 10배를 헤아리고, 대체로 6년쯤 살다 도살된다. 슈렉은 뉴질랜드 내 최고령 양이자 가장 털이 많은 양으로 추정돼 왔다고 AP가 전했다.
그가 영화 캐릭터에서 딴 '슈렉' 이름을 얻은 것은 큰 몸집과 오랜 기간 칩거한 엉뚱함 때문이다. 슈렉은 동화 세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에 관한 전기(傳記)도 출간됐다. '국민 스타'답게 3주간 중병을 앓아 간호사의 병구완을 받다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으며, 투병 직전까지 출연료 1만6000달러를 받으면서 자동차·비행기·헬리콥터를 타고 전국을 순회했다.
슈렉은 양모 이상의 사랑으로 자신을 아껴준 이들에게 보답했다. 성인 남성 정장 20벌을 만들고도 남을 그의 풍성한 털은 아동 치료를 위한 자선 경매에 부쳐졌다. 재단 관계자는 "슈렉이 모은 성금 7만5000파운드(1억3300만원)는 난치병 치료·연구에 요긴하게 쓰였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아낌없이 주는 삶을 살았던 슈렉의 추모식은 테카포의 선한 목자의 교회(Church of the Good Shepherd)에서 열릴 예정이다. 슈렉을 길렀던 존 페리엠은 "뉴질랜드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슈렉 동상을 고향에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