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졸업한 제자가 학교에 찾아와 결혼할 남자 친구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학사장교로 군대에 간 친구가 내년 제대를 앞두고 장기로 군에 남을 것인지, 제대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제자는 남자 친구에게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군에 남게 될 경우 직업군인과의 결혼을 원치 않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를 물었다.
필자는 제자에게 직업군인이 되더라도 진급기회가 제한돼 있고 계급별 정년제도로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조기에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생계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직업군인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잘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 군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권위를 인정해 주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간 군과 정부는 전역 후 제대군인의 취업지원에 힘써왔으나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여전히 54%로 선진국의 94% 수준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특히 10년 이상 복무한 제대군인의 대부분이 가족부양과 자녀교육 그리고 결혼 등으로 경제적인 면에서 생애 최대 지출시기의 연령대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재취업은 절실한 과제이다.
취업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의무고용 할당제 등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는 별개로 군은 군 복무 중에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역 후의 경력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군 경력관리가 군사업무 수행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군 경력이 전역 후 사회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군 조직의 필요와 개인의 요구가 결합될 수 있는 경력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군복이 자랑스럽고 군인의 길이 영광스럽게 만들겠다'는 군인복지의 기본 목표가 더 이상 구호로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군과 정부는 전역 후 취업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취업지원을 통해 전역 군인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역 후 사회적응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소모품으로 활용되어 버려졌다는 원망과 서러움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국가를 위해 충성해 왔던 외길 인생이 자랑스러운 선택이었음을 자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제자에게 군인의 아내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