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125~140)=국내외적으로 혼성(混性) 페어(pair) 대회가 유행이다. 탁구의 혼합복식 같은 것으로,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치러져 한국이 금·동메달을 독식했었다. 류싱도 그 대회에 연인 탕이(唐奕) 二단과 짝을 이뤄 출전했으나 졸전 끝에 탈락했다. 두 사람은 그 직후 열린 국내 페어대회에선 각각 다른 사람과 짝을 이뤄 참가했고 연인 사이도 끝났다는 풍문이 돌았다. 승부에 대한 열망은 사랑보다도 진한 것일까.
125, 127은 흑의 권리이자 시간 연장책. 그런 뒤 129로 씌워간다. 하지만 이 수로는 131로 꼬부려 중앙을 정비했어야 한다는 지적. 아니나 다를까, 백은 130에 붙여 "아예 끝장을 내자"고 나온다. 흑이 참고도 1로 받으면 2 이하 12까지 노골적으로 몰아치겠다는 선언이다.
중앙 공터는 꽤 넓어 보이는데 도주로(逃走路)는 의외로 막막하다. 133으로 뛰어봤으나 134 한 수에 그쪽 출구도 막혔다. 완연한 윤준상의 페이스. 이세돌이나 최철한의 무기가 예리한 칼이라면 그는 뭉툭한 둔도(鈍刀)의 명인이다. 그 특유의 은근한 공격으로 140까지 중앙 흑을 서서히 조여가기 시작했다. 미로(迷路)찾기 게임에 빠진 흑 대마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