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101~124)=바둑은 집의 수효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두 눈을 못 내면 잡히고, 잡힌 돌은 자기 집을 메우는 데 쓰인다. 그래서 두 눈이 불확실한 곤마(困馬)는 일종의 부채(負債)다. 초반부터 집을 챙긴 흑이 얼핏 부자로 보이지만 좌하 중앙 일대에 구름처럼 떠 있는 곤마가 빚이 되고 있다. 꿩도 알도 다 먹는 흥정이란 원래 없는 법이다. 흑의 곤마 타개에 지불할 적절한 대가(代價)는 과연 얼마일까. 이제부터의 감상 포인트다.

우선 좌하귀 국지전부터 마무리가 필요하다. 패싸움의 발단은 선수(先手) 다툼이었다. 110까지, 흑은 대마의 꼬리를 떼주는 대신 좌하귀 패를 이겨 넘어가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111로 얼추 달아나는 자세를 취했지만 이 두 눈 없는 대마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112의 침투 때가 문제다. 원래 이 형태의 정답은 패(覇). 하지만 패가 나면 중앙에 빚을 안고 있는 흑이 피곤해진다. 122까지 살려주고 선수를 뽑은 이유다. 그러나 살려주더라도 참고도 쪽이 훨씬 나았다. 상변 건설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중앙 흑 곤마에 힘을 실어주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 123은 매우 크지만 그래도 '가'로 가야 하지 않았을까. 124로 뛰어들어 또 한바탕 난전의 회오리가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