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은평구 갈현동 은평구립축구장을 찾은 존 콤프톤(35·미국)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오명석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지만 최근까지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 그는 34년 전 경기도 성남에서 보자기에 싸여 발견됐고,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 이름도 입양기관에서 나중에 받았다고 한다.
미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관리업체에서 일하던 그는 '어머니를 찾고 싶어서' 30여년 만인 2008년에 처음 한국으로 왔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한국을 잊지 못해 지난해 9월 다시 입국, 모국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 3년간 그는 백방으로 친부모를 찾았다. 반가운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러나 콤프톤씨는 최근 '골 FC(Goal FC)'라는 축구단의 멤버가 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골 FC'는 미국·캐나다·노르웨이·벨기에·스코틀랜드 등 10여개 국가에서 고국인 한국을 찾은 입양아 출신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축구팀이다. 대부분 콤프톤씨와 비슷한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콤프톤씨는 "이제 와서 낳아주신 부모를 찾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같은 아픔이 있는 친구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며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했다. 파일럿 자격증을 가진 그는 한국에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같은 팀 중앙미드필더인 제임스 로소(36·한국이름 김유신)씨도 태어나자마자 인천의 길거리에 버려졌다가 곧바로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갔다. 로소씨도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껏 부모를 찾고 있다. 그러나 로소씨도 희망을 거의 버린 상태다. 그는 현재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을 맡으며 다른 입양아들이 부모 찾는 일을 돕고 있다. 로소씨는 "부모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이제는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다른 입양아들이 부모 찾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19명으로 구성된 골 FC 멤버들은 연세대와 서강대 등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만나 교분을 나눴다. 20살 학생부터 40살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인 이들은 3주 전에 급하게 축구팀을 꾸렸다. 이날 막을 올린 '제1회 국제유학생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은평구립축구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 14개팀 500여명이 외치는 각국 응원 구호로 시끌벅적했다. "Victory!" "파이팅" "골렌(베트남어)" 등이 쉴 새 없이 나왔다. 대회는 외국인 유학생 모임인 주한외국인유학생협의회(KISSA)가 주최했다. 14개팀이 2경기씩 예선전을 거쳐 준결승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창단 3주밖에 안 된 골 FC선수들은 "손발이나 제대로 맞을까" 걱정했지만 몸을 아끼지 않고 뛴 덕분에 결승까지 올랐다. 결과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준우승이었다.
이날 축구대회에서 '골 FC' 외에 한국외국어대 유학생들이 꾸린 'Concrete Boys'도 주목을 받았다. 6·25 전쟁 참전 용사 후예인 콜롬비아 출신의 카를로스 살라자르프(20)씨와 에티오피아에서 온 다기 미티쿠(25)씨는 이 팀에서 함께 뛰었다. 2개월 전 외대 경영학과로 유학 온 살라자르프씨는 "할아버지가 원주에서 북한군과 싸웠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번에 오게 돼 느낌이 새롭다"고 했다.
주한유학생협의회 리사 위터(28) 소장은 "한국에는 학교마다 유학생 모임은 있지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없었다"며 "앞으로 이런 대회도 열고 정보센터도 활성화해서 교류의 폭을 더 넓혀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