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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늙은 아버지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동생이 있다고 칩시다. 가만 놔두겠소? 물론 폭행을 해 숨지게 한 것은 명백한 범죄지만."

지난 3일 동생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이모(37)씨를 구속한 노원경찰서 강력계 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쯤 아버지와 동생(32·무직)과 함께 세 식구가 사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60㎡(약 18평)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동생과 말다툼을 벌였다. 형 이씨는 막노동을 마치고 소주 1병을 마신 상태였다. 아버지(70)는 방안에서 쉬고 있었다. 어머니는 6개월 전 당뇨를 앓다 세상을 떠났다.

동생은 집안의 골칫거리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형은 공사판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지만, 동생은 집에서 놀면서 일흔살 된 아버지에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형은 온종일 TV나 보며 빈둥대는 동생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화를 냈다. 동생은 대들었다. "너나 똑바로 살아!"

순간 이성을 잃은 형은 누워 있는 동생의 가슴과 배 아래쪽을 주먹과 발로 때렸다. 동생의 입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대로 숨졌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온 아버지는 당황했다. 피가 튄 형의 옷을 갈아입혔고, 거실에 흥건한 피를 닦았다. 아버지는 큰아들을 지키고 싶었다. "동생이 잠을 자다 죽었다고 내가 경찰에 신고할 테니 너는 동생이 죽은 다음에 집에 도착했다고 해라"고 당부했다. 아버지는 2시간이 지난 뒤 집 근처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을 제의했지만 아버지는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나 경찰이 큰아들의 귀가 시간을 밝혀내면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났다. 경찰은 "이미 아들 하나는 잃었지만, 산자식이라도 감싸보려고 한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