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Nokia)는 19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성장했다.
1995년에는 주문량이 급속하게 늘어나 공장을 완전가동하고도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1860년대 종이회사로 출발한 노키아는 1990년대에 들어와 휴대전화에 주력하면서 휴대전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2006년 당시는 하루에 생산되는 노키아 휴대전화 개수가 90만대에 이르렀다.
노키아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회사일뿐만 아니라 핀란드 최대 기업이 되면서 핀란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것이 양날의 칼이 됐다.
2007년 애플이 세련된 디자인, 터치스크린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을 때 노키아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키아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가운데 75%가 증발했다. 노키아의 자리를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채웠다. 노키아의 매출 부진은 핀란드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2009년 노키아의 세금 지출은 1억 유로로, 2007년의 13억 유로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에 귀속되는 세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핀란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노키아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생산했지만 지난 2009년에는 그 비중이 1.6%로 줄어들었다.
지난 1일(현지시각)에는 노키아가 기존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철회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18% 가까이 떨어졌다. 헬싱키 증시도 하락했다.
노키아의 이사회 임원인 리스토 실라스마는 "노키아는 핀란드에서 특출나게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며 노키아를 작은 연못의 큰 오리로 비유했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 전반에 여파를 주면서 핀란드 국민과 모바일 관련 중소 기업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받고 있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제조공장이 있는 살로(Salo)시가 그 예다. 살로에 사는 인구 절반 이상이 노키아에서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노키아 살로 공장은 지난 2009년 글로벌 휴대전화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인력을 감축했다. 최근에는 보험복지 혜택과 휴가복지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했다.
핀란드 경제를 먹여 살리던 기업이 흔들리자, 노키아 이외의 기업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전 노키아 소프트웨어 스트래티지스트인 티무 폴로는 "노키아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가 너무 확장해 있다"면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도 신규 IT벤처기업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을 추구하는 핀란드인의 문화적 습성이 새로운 투자와 벤처기업 양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핀란드의 소규모 IT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뚫는 대신, 노키아에 기술을 제공하는 식의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핀란드 알토대의 윌리엄 카드웰 교수는 "노키아가 뒤에 버티고 있지 않더라고 선뜻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노키아가 북미 지역으로 사업 초점을 옮겨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5년 만에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된 스티븐 엘롭이 노키아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포기한 것도 약 7000명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수백 개의 IT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엘롭 CEO는 "너무 비싸다"고 평한 적이 있다.
엘롭 CEO는 지난 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키아와 핀란드 사람들, 그리고 핀란드라는 나라 간에 관계는 매우 특이하다"면서 "노키아의 건강이 핀란드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투자 기관들을 통해 IT기업들을 지원하려는 핀란드 정부의 노력이 드물지만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아이폰에서 데뷔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게임인 '앵그리버드'도 핀란드 회사 로비오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