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우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에서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는 데 등장한 암호 같은 금융용어들은 우리를 더 혼란에 빠뜨렸다. 월스트리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찰스 퍼거슨 감독의 '인사이드 잡'은 그 금융위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전모를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위기를 일으킨 경제적 배후와 내막을 긴장감 넘치는 화면으로 폭로해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했다. MIT 정치학 박사이자 기업컨설턴트 실무 경험을 갖춘 퍼거슨 감독이 금융위기의 주범들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힘 있게 전개한다.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는 분통을 터뜨릴 만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감정과 과장에 치우치는 대신 객관적 통계와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충격적 진실에 접근해 간다.

'본' 시리즈의 액션 영웅이자,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지성파 배우 맷 데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맡았다. 신용파산 스와프나 담보부채권 같은 전문용어들이 튀어나오고 경제학 강의실처럼 각종 그래픽이 등장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어도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2008년 9월 미국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은 미국 경제를 파산으로 몰아넣으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위기의 징조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신용평가 기관과 투자은행 안테나에 금융위기 조짐이 감지되었지만 그 사실은 공표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는 위험을 분산하는 각종 고수익 파생상품을 만들고 보험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뜨거운 감자'를 피해갔다.

이를 통제할 금융감독 기관 간부들이 피감(被監)기관인 은행·투자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시·감독은 당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최근 한국 저축은행 사태에서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뇌물을 받는가 하면 퇴직 후 피감기관 고위직으로 이직하는 병폐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퍼거슨 감독은 금융위기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규제를 벗어난 금융업계가 만들어낸 명백한 범죄이자 사기극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거꾸로 말하면 피할 수 있었던 재난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 우리에게 영화가 주는 시사점이다. 상영 중.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