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31일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부산저축은행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난 박종록(59) 변호사를 조만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 변호사가 금감원과 청와대 등에 부산저축은행을 위한 탄원서를 내는 등 로비를 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50·사진) 전 감사위원을 구속수감했다. 은씨는 "자숙하는 의미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다"며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 살펴본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재직 중 비리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구속된 은씨를 상대로 김종창 전 금감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선처를 청탁한 경위와 다른 정부기관 유력 인사들에게도 로비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은씨의 구속영장에는 "브로커 윤여성씨 등을 통해 친형을 B사에 감사로 취직시켜 매월 1000만원씩 1억원을 지급하게 했다"고 돼 있다. 제주 S호텔 카지노의 운영회사인 B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덕일(62)씨가 2007년 7월~작년 2월 8일까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씨는 1993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슬롯머신' 사건의 주인공 정덕진씨의 동생이고, 은씨는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피의자 정덕일'씨를 직접 조사했다. 은씨의 친형(54)은 정씨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보름 만인 작년 2월 23일 감사로 취직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31일 "은씨가 형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부탁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말이고, 은씨가 정씨에게도 형의 취업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은씨는 B사에 수백억원대의 지분을 투자하라고 김양(59)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등에게 종용했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시에도 이미 부실이 심각해 카지노 인수 자금에 투자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은씨의 위세에 눌려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분 매입이 아닌 담보대출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은씨가 한편으론 B사에 부산저축은행 자금을 투입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피의자였던 정씨에게 형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이 인천 효성지구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시행사인 효성도시개발㈜ 대표 장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사업을 하면서 거래 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