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2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웃음보따리 장난감도서관'. 약 82㎡(25평)짜리 공간을 메운 진열대에는 모형 자동차, 인형, 소꿉놀이 장난감 등 각종 장난감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형형색색의 갖가지 장난감을 보는 아이들의 눈은 정신이 없었다. 어린이용 장난감 자동차에 타 운전을 하던 장주예(5)양은 "우리 집에 없는 이 자동차가 제일 좋아요"라며 환히 웃었다. 장양의 어머니 김유정(41)씨는 "백화점이나 마트 장난감 매장에서는 만져볼 수 없는데, 아이들이 직접 갖고 놀아보며 장난감을 고를 수 있어 더 신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성남시 마을기업‘웃음보따리 장난감도서관’에서 장주예(5)양이 어머니 김유정(41)씨와 함께 소꿉놀이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이곳은 이날 오전 개관식을 갖고 막 문을 연 성남시내 유일의 사립 장난감도서관이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자녀들이 장난감을 공유하게 한다'는 좋은 취지 덕에 성남시 마을기업 6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됐다. 도서관을 만든 분당여성회 이은정(38) 대표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애들 장난감이 너무 비싼데 다 사줄 수도 없고, 사주면 또 금세 싫증을 낸다'는 거였다"며 "그래서 성남시 마을기업에 공모해 장난감도서관을 운영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성남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웃음보따리 장난감도서관은 올해 시에서 500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장난감 150여점과 장난감도서관 안쪽에 마련한 '웃는책도서관'에 필요한 도서 5000여권 등의 구입비,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쓰였다고 한다. '지역 주민 주도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마을기업의 취지에 맞게 여성 일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어린 자녀를 키우다 보면 일을 하고 싶어도 막상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도서관은 특별히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도서관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한정된 장난감 개수와 '내 것'같은 청결한 장난감 유지를 위해 1차로 선착순 50명을 회원으로 받을 예정이다. 월~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문을 연다. 월회비 1만원을 내면 매주 다른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고, 5권씩 책도 대출할 수 있다. 회원들의 회비는 장난감 소독 등 유지비용에 쓰인다.

이날 구경나온 어머니 중에는 "이런 도서관이 꼭 필요했다"며 즉석에서 회원가입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신옥희(40)씨는 "장난감이 보통 5만원을 넘고, 특히 애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같은 경우는 7만~10만원은 한다"며 "그렇게 비싼 걸 사줘도 2주면 또 새로운 걸 사달라 하는 게 요즘 애들이라 여기서 매주 다른 걸 빌려서 쓰는 게 훨씬 경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3세·1세 자녀들이 있는 김미라(39)씨는 "애들에게 중요한 건 새것, 헌것 이런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장난감'"이라며 "여기 이렇게 집에 없는 장난감이 많으니, 애들을 데려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이은정 대표는 "회원들이 장난감을 빌린다는 느낌보다 '함께 운영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도 '우리 장난감'이라는 개념을 심어줘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