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터지면 한국 프로축구는 몰락할지도 모른다. 정말 큰일이다."
프로축구 전직(前職) 감독을 지낸 A씨는 지난겨울 친한 축구계 후배를 만나 이런 걱정을 털어놓았다. 선수들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한 베팅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선수 한 명당 200만~500만원씩 베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체 선수의 3분의 1이상이 불법 베팅을 경험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도박은 곧바로 승부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금지된다. 벌칙도 강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19조)에 따르면 승부를 조작했을 경우 제재금은 최소 5000만원 이상이며 영구 제명까지도 가능하다.
프로축구 도박 참가자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자기 팀이 승리하는 쪽에 돈을 거는 식으로 발을 들여 놓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는 헤어나기 어려운 유혹을 느끼게 된다. 승리는 자기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도 패배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도박 참가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수끼리 벌이는 승부조작은 브로커와 짜고 하는 경우와 차이가 나지만, 관중 입장에선 승부를 조작한다는 점에서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선수들끼리는 이런 방식을 '짬짜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세 명이 '짜고' 경기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문제는 이런 자발적 승부조작이 눈에 덜 띄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으론 적발이 어렵다는 데 있다. '짬짜미'는 승부조작이 어려운 상황으로 경기가 흘러갈 경우 자기가 건 판돈만 포기하면 그뿐이다.
또 선수가 제삼자의 이름으로 베팅을 하고 승부를 조작할 경우엔 증거도 남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 선수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기 때문에 컴퓨터 기록을 불시에 점검하면 드러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각 구단이 도박 관련자들을 적발한 것도 컴퓨터 불시 점검을 통해서였다.
전직 프로축구 선수 A씨는 "후배들 중에는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불법 도박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불법 도박을 안 해본 선수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