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8시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市) 시민예술극장.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26)씨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객석을 가득 채운 500명 관객에게 이야기했다.
"이웃 일본이 쓰나미와 방사능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 아픕니다. 정말 힘들고 슬프겠지만 희망을 가지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간바테 니폰(힘내세요, 일본)!"
이씨는 가스펠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일본 동요 '빨간 잠자리'를 비롯한 10여곡을 1시간가량 연주했다. 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희아씨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일본 열도를 훑으며 쓰나미·원전 피해를 위로하기 위한 자선콘서트를 가졌다. 오키나와에 앞서 오사카·히로시마·나고야·도쿄에서 5차례 콘서트를 열었고, 다녀간 관객이 총 3000명에 가깝다. 오사카 공연 때는 지진·쓰나미 재앙을 직접 겪은 동북부 센다이에서 온 피해 주민 10명도 참석했다.
공연을 본 오키나와 주민 요우헤에(63)씨는 "몸이 불편한 이씨의 연주가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솔직히 우리 일본이 대재앙을 당했다는 사실을 차츰 잊어가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다시 고통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희아씨는 네 손가락만 갖고 태어났고, 세살 때 두 다리까지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기적의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1997년 열두살 때 첫 독주회에 나섰고, 1999년엔 장애극복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번 자선공연을 통해 모인 기금 2000만원은 후쿠시마를 비롯한 피해지역 복구비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