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의원 35명이 26일 저축은행을 둘러싼 각종 비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국정조사 촉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조사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저축은행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는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고위 공직자와 일부 정치인이 관련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즉각적, 전면적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국정조사를 통한 ▲영업정지 정보의 사전 유출자 ▲사전 인출사태에 대한 정책적 책임 등의 규명을 요구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이날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계파·선수(選數)를 떠나 여당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통상 '수성(守城)'을 해야 하는 여당 의원들은 비리를 파헤치는 국정조사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비리의 '전(前) 정부 책임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여권도 상처 입는 것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국민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그만큼 실감한다는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신용금고에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붙여줘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한 게 김대중 정부였고, 저축은행에 대한 각종 통제를 풀어준 게 노무현 정부였다"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어디서 시작했는지 그 근원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민에게 '한나라당 쇄신'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 후 신구 주류가 각종 정책과 노선문제에서 '엇박자'를 내왔지만 이 사건만큼은 계파를 떠나 '단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김효재·신지호·정옥임 의원 등 친이계 15명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친박계·소장파·중립파, 다선(多選) 의원 등 20명이 추가로 이날 동참했다.

이날 성명에 참여한 35명은 남경필(4선), 심재철 원유철(이상 3선), 유승민 정두언 차명진(이상 재선), 강석호 강성천 권택기 김금래 김동성 김성태 김성회 김옥이 김용태 김태원 김효재 나성린 손범규 손숙미 신지호 신영수 안형환 안효대 여상규 유일호 유정현 이애주 이은재 이화수 정옥임 조문환 조전혁 조진래 진성호(이상 초선) 의원 등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에 '현 정부 인사 연루설'이 많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것"이라며 "여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저축은행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