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악의 작은 불교 왕국 부탄이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Wangchuck·31 ·왼쪽) 국왕의 '로열웨딩'이 곧 거행되기 때문이다. 왕축 국왕은 20일 의회에 참석해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상대는 평민 신분의 21살 대학생 젯순 페마(Pema·오른쪽). 현지 언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거론돼 온 부탄에서 국민들이 왕의 결혼 소식으로 한층 더 행복해졌다고 전했다.
국왕의 결혼 소식은 서른 넘도록 혼담이 없는 것을 걱정하던 국민에게 '깜짝 선물'이었다. 국왕은 20일 생중계된 국회 개회 연설에서 "왕으로서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다. 6개월 안에 날을 잡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어 수도 팀부에서 열린 축제에 페마와 함께 참석해 미래 왕비의 모습을 공개했다.
현지 신문 부탄옵서버에 따르면 페마는 1990년생으로 부탄과 인도에서 자랐으며 런던의 리젠츠대학에 재학 중이다. 항공사 기장인 아버지와 주부 어머니 사이의 2남 2녀 중 차녀이다.
왕축 국왕은 예비 신부를 "마음이 따뜻하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내겐 그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선왕인 싱기에 왕축이 4자매를 부인으로 뒀던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부탄옵서버는 해석했다. 왕실은 오는 10월쯤 전통 혼례를 치를 예정이다.
국민들은 벌써 곳곳에 왕과 예비 왕비의 사진을 걸어놓을 만큼 결혼을 반기고 있다. 1907년 이래 5대째 통치해온 왕실은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닮은 외모의 젊은 국왕'이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다. 부탄 국회의장은 "왕자를 낳으면 국민은 더욱 기뻐할 것"이라고 반겼다.
영국 텔레그래프, 미국 타임 등 서구 언론은 이 소식을 '아시아의 로열웨딩'이라며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로열웨딩과 비교했다. 두 커플 모두 왕족과 평민의 결합이며, 국민이 푹 빠져들 만큼 인기가 높은 점이 비슷하다.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왕축 국왕은 절대군주의 권력을 마다하고 입헌군주제로 체제를 개혁했다. 2006년 즉위한 뒤 "선대의 민주화 계획에 따라 입헌군주제와 선거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처음 총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왕실을 옹호하는 왕당파의 압승(하원 47개석 중 44석)이었다. 왕실을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부탄은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가총행복(GHN)에 국정의 우선권을 둔 나라로 유명하다.
전 국왕이 도입한 GHN은 '행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 아래 지속가능한 개발, 문화진흥, 환경 보전, 좋은 통치를 국정의 4대 핵심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