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가 있는 사연댐에 '저승사자'라는 별명의 수질감시원이 있다. 불법 낚시꾼들이 붙인 이름이다. 몰래 숨어들어 30㎝가 넘는 통통한 붕어를 채올리는 손맛을 볼라치면 어김없이 나타나 훼방을 놓기로 '악명(?)'이 높다.

몇 차례 허탕을 치고서야 그와 맞닥뜨렸다. 커다란 덩치에 순찰체크기와 무전기를 들고 오토바이를 탄 이도수(48)씨. "도수(道秀)라는 이름대로 길에 미치고 댐에 미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얄짤없고, 에누리 없는 사람'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인상이 털털해 보였다. 떼를 써 그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댐을 함께 돌았다. 대곡댐과 사연댐 수계지역을 포함한 약 60㎞가 그의 순찰코스다. 해발 56.5m의 용 발톱처럼 생긴 사연댐의 물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았다.

울산 울주군 대곡댐 수몰지역인 삼정마을 다리 아래에 낚시꾼이 몰래 쳐둔 불법 그물을 이도수씨가 걷어내고 있다. 이씨는 사연댐과 대곡댐 수계지역 60㎞를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한다.

100㏄ 오토바이는 양수정 마을이 있던 상수도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펜스가 쳐진 철문을 열어젖히니 DMZ(휴전선 비무장지대) 같은 청정지역이 눈앞에 펼쳐졌다. 물새·수달·멧돼지·노루들의 천국이었다. 예전의 도로는 물에 잠겼고, 논은 늪지로 변해 갈대가 우거졌다.

수계지역에는 고향을 잃은 수몰민이 많았고 속사정도 구구절절했다. "아제요, 안녕하십니까?" 격 없이 인사를 던지는 이씨는 모르는 주민이 없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며 갖은 참견을 했다. 주민들은 "워낙 깐깐해 얄미울 때가 많다"고들 했다.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싶었다. 그래도 이씨는 "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표정없이 돌아섰다.

이도수씨 오토바이 뒷자리에 함께 탄 필자.

인근에 낚시꾼이 숨어 있다는 무전이 왔다. 낚시꾼이 자주 출몰한다는 갈대숲 지역이었다. 이씨는 서둘러 가슴까지 오는 어부장화를 갈아 신더니 강둑으로 곧장 걸어들어갔다. 잠시 후 이씨가 갑자기 물속으로 쑥 빠져들었다. 깊은 웅덩이 때문이었다. 목까지 물이 차 올랐다.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를 법한 상황인데도 이씨는 낚시꾼을 향해 숨죽이고 물을 헤쳐나갔다. 소리도 없이 이씨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자 낚시꾼들이 아연실색을 했다. 한 낚시꾼은 "'도수가 7박8일간 중국 갔다'는 소문 듣고 왔는데 낭패를 봤다"며 투덜댔다. 한쪽에선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다, 귀신!"이라고 푸념을 해댔다.

이씨는 "낚시꾼이 지나간 자리엔 어김없이 쓰레기가 남으니 문제 아니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먹다 남은 족발, 소주병, 일회용 라면그릇 등등 쓰레기 집합장"이란다. 이 씨는 특히 붕어를 전문적으로 잡는 소위 '그물쟁이'들은 끝까지 찾아낸다. 엔진이 달린 보트를 몰래 숨겨와 하루 밤에 수백 마리씩 붕어를 싹쓸이 해 간단다. 하지만 '쟁이들'을 신고하는 것은 댐 골짜기 어딘가 숨어 있는 불법 낚시꾼들이다. 그럴 땐 도리어 고맙단다.

4개 읍·면에 걸쳐 있는 사연댐과 대곡댐의 방대한 수계지역은 울창한 숲과 푸른 강으로 넘실대는 이씨의 일터다. 그는 "하늘 아래 이 보다 더 좋은 직장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나이가 열 살 많은 아내와 구순(九旬)의 장모를 모시고 산다. 그는 댐 처럼 살고 싶단다. "댐은 주라고 하면 내어주고, 담으라고 하면 넘치지 않게 담는 너그러운 가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