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을 위한 '교실'을 25년간 꾸려온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젠 우리가 당신의 인생 2막을 응원할게요."(배우 톰 행크스)
"당신은 전 세계 여자들을,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수준에 올려놨어요."(가수 비욘세 놀즈)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17일 열린 CBS '오프라 윈프리 쇼' 고별방송 녹화장에서 오프라 윈프리(57)는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윈프리의 대형사진이 곳곳에 걸린 녹화장에 들어찬 2만여 명의 방청객들도 연방 티슈를 꺼냈다.
미국의 최고 스타와 윈프리의 친구, 팬들은 윈프리가 그랬듯 솔직하고 감동적인 언어로 헌사(獻辭)를 바쳤다. 가수 마돈나와 스티비 원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배우 할 베리와 다코타 패닝이 그녀와 포옹했고, 윈프리의 친구인 시인 마야 안젤루가 '윈프리의 삶'을 낭독하는 동안 가수 앨리시아 키스가 피아노로 반주했다. 이날 혼외정사 사실을 공개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출연해 "윈프리는 나에게 사랑과 지지와 지혜를 주었다"며 "당신이 준 그런 선물 덕에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라크에 있는 미 여군들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4반세기의'오프라 왕국'
지난 1986년부터 25년간 5000회 방송된 오프라 윈프리 쇼가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전 세계 145개국에 방영되며 일일 평균 시청자 수가 700만 명이었다. 주부들의 잡담쯤으로 여겨지던 낮 시간대 토크쇼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영성(靈性)의 제국'으로 떠올랐고, 진취적 도전으로 영역을 넓혀간 흑인 여성 진행자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됐다. 이날 녹화분은 23~24일 방송되며, 25일 최종회는 비밀리에 준비 중이다. 제작진은 "이젠 당신이 감동받을 차례"라며 윈프리에게조차 최종회의 내용을 비밀에 부쳤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자신을 과감하게 내던지는 이벤트와 유명인사들의 충격적 고백, 거액의 시청자 선물 제공 등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1988년 뚱뚱했던 그녀는 공개 다이어트를 선언, 주스 다이어트로 30㎏의 살을 뺀 뒤 그만큼의 지방 덩어리를 수레에 싣고 나타났다. 1991년 윈프리가 어릴 때 성폭행당한 일을 공개하자, 2년 뒤 당시 빌 클린턴 정부는 아동 성폭행범의 신상정보를 국가가 기록·공유케 하는 일명 '오프라 법안'을 제정, 통과시켰다.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윈프리는 언론에 나서지 않던 가수 마이클 잭슨을 저택 '네버랜드'에서 생방송으로 인터뷰했고(1993년), 배우 톰 크루즈가 연인의 존재를 밝히며 기쁨에 겨워 소파에서 펄쩍펄쩍 뛰게 만들었으며(2005년), 흑인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에 대한 지지 선언과 자금 모금(2008년)을 이끌며 대선 판세를 뒤집었다. 이 쇼의 책 토론 코너 '북클럽'에 오른 책들은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윈프리는 2003년 크리스마스에 남아공을 방문해 고아 5만 명을 위한 축제를 열었고, 2004년 19번째 시즌 시작 땐 방청객 276명에게 GM 자동차 폰티악 G6를 선물했다. 2009년엔 전 스태프가 방청객들과 함께 호주 시드니로 여행을 가 현금과 아이패드를 나눠줄 정도로 통도 컸다.
그러나 '오프라 왕국'의 저력은 일반인과 공감하고 그들의 속내를 끌어내는 윈프리의 인간적 매력에 있다. 가난한 흑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가난과 인종 차별에 시달린 그는 다른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눈물 닦고 일어나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나라"는 메시지로 미국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방송 사업? 연극배우?
환갑을 앞둔 윈프리의 인생 2막은 무엇일까. 지난 1월 자신의 이름을 따 개국한 케이블 채널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WN)'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포(Harpo)사 운영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윈프리가 필생을 건 사업으로 내놓은 OWN은 시청률 저조로 4개월 만에 CEO를 교체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프리는 지난 10일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젊은 시절 꿈이었던 연극배우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가방 속에 연극 대본 몇 개가 들어 있으며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있다"며 데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윈프리는 실제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컬러 퍼플'에 출연했으며, 2년 전에도 유명 흑인 연출가로부터 연극 '펜스'의 주연급으로 섭외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