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Toto), 아시아(Asia),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 미스터빅(Mr. Big), 오디오 슬레이브(Audio Slave)…. 미국 록 음악계의 각자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연주자들이 모여 결성한 이 밴드들은 세계 대중 음악사에 커다란 주름을 남겼다. 이른바 수퍼밴드다. 한국에도 이들처럼 20여년 인디 록 역사를 대표하는 수퍼밴드가 있다.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다.

지난해 뭉친 이 밴드는 국내 록 팬의 열렬한 지지를 확보한 데 이어 이웃 나라 일본의 주목까지 받고 있다. 7월쯤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도 갖는다.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의 드러머 최재혁, '마이 앤트 매리(My Aunt Mary)'의 베이시스트 한진영, '검엑스(GumX)'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이용원이 그 주역이다. 한국 인디 록 밴드의 1·2세대를 대표하는 간판 그룹에서 명성을 떨쳤던 연주자들이다. 이들이 한국 인디 록의 자존심을 걸고 '연합 일본 상륙작전'에 나서는 것이다.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인디 록계의 슈퍼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위에서부터 한진영(베이스), 최재혁(드럼), 이용원(기타와 보컬).

"우린 무대에 올라서면 '다 덤벼'라는 마음가짐이 돼요. 세상 두려울 게 없고 에너지를 최대한 발산하죠. 지난 1월에 일본에서 처음 공연했는데 그런 자신감이 일본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비쳤나봐요. '일본 밴드와는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한)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결연했다. "20여년 음악 생활 만에 진짜 내 몸에 꼭 맞는 밴드를 만난 것 같다"며 "주말도 없이 매일 4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꼭 성공하겠다"고 했다.

옐로우 몬스터즈는 결성 당시만 해도 "1회성 프로젝트 그룹"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들이 모던록 혹은 펑크 위주였던 본래 소속 밴드 음악과 완벽하게 선을 긋고, 과격하고 역동적인 노래를 채워 앨범을 발표한 뒤 세상의 눈은 달라졌다. 물론 멤버들도 "'옐로우 몬스터즈'가 전부"라는 생각이다. 한진영은 "입양돼 자라던 아이가 이제 비로소 친아빠를 찾은 느낌"이라 했고 이용원은 "지금은 이 밴드에 올인해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서울 홍대 앞에서 시작됐던 한국 인디 록의 역사를 개척해왔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자성(自省)도 있었다. 최재혁은 "과연 우리가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힘들다"며 "좋은 음악을 몰라준다고 남 탓을 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한진영은 "솔직히 주류 대중음악이 볼거리도 많고 유쾌한 건 사실 아니냐"며 "우리가 무대에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면 되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홍대 앞 인디 문화에 거품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들이 한데 뭉친 것도 이런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바탕이 됐다. "대형 공연장에서 1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성을 지닌 '형님밴드'로 자리 잡아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싶다"고 했다.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앞둔 이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심정이다. 검엑스 시절 일본 투어 경험이 있는 이용원은 "일본이 세계적 음악강국인 건 확실하고 연주자들의 실력도 상당하다"며 "하지만 개성과 특색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돋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미 일본 대중음악 시장을 점령한 한국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냈다. 최재혁은 "우리 아이돌 그룹이 일본 진출에 성공한 건 그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외모, 춤, 노래 모든 부분에서 일본 그룹을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과 한 연습실을 쓴 적이 있다는 한진영은 "10대 소녀들이 거의 매일 밤새워 연습을 하는 걸 보고 기겁한 적이 있다"며 "우리 같은 록 밴드도 그런 치열함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원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일본 로커 중에는 저희에게 구하라(카라)나 티파니(소녀시대) 연락처를 아느냐고 물어오는 친구도 많다"며 웃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옐로우 몬스터즈는 한국 인디 록의 20년 역사가 응축된 상징적 밴드로 일본에서도 충분히 대중적 지지를 얻을 만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한국 대중음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인디 록 스타들의 본격적인 일본 진출이라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