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天津) 도심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0여㎞를 내려가면 천진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인 서청(西靑)경제개발구를 만난다. 단지 주변으로 사방으로 통하는 그물망 같은 고속도로들이 펼쳐졌다.

중국 남방의 강소(江蘇)성 소주(蘇州)와 함께 중국 삼성전자의 2대 주력 생산기지로 꼽히는 천진 삼성전자는 이 개발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정문을 들어서자 양쪽으로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대형 공장이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두 공장 사이로 멀리 휴대폰을 만드는 '삼성통신(三星通信)' 공장의 건물 외벽 간판이 건너다보였다.

◆휴대폰·평판 TV·모니터 등 생산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2㎞ 내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등 무려 10곳의 삼성그룹 계열사 생산 공장이 촘촘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삼성타운'이라고 할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근무 인력만 주재원과 현지 고용 인력을 모두 합쳐 1만8000명에 달한다.

천진 삼성전자 직원들이 조립이 끝난 TV의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천진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평판 TV, 모니터, 디지털카메라 등이 주력 생산 품목이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활가전, 컴퓨터 등을 주로 생산하는 소주와 제품 구성이 달랐다. 이 생산기지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150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대륙에서 올린 매출액 407억달러의 36.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중 휴대폰은 지난해 생산대수가 8000만대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제품은 주로 프리미엄 휴대폰과 스마트폰으로 중국 내수는 물론, 유럽·러시아 수출까지 감당하고 있다.

◆"올해 중국 시장의 화두는 3D TV"

TV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스테인리스로 된 회색 실선이 눈에 띄었다. 이 실선을 따라 자재 운반 로봇이 각종 부품을 조립 라인으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조립이 끝난 TV의 검사, 박스 포장이 끝난 제품의 적재 등도 자동화된 기계 설비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지난해 TV와 모니터, 블루레이디스크를 합쳐 1500만대를 생산했지만, 이런 자동화된 생산 체제로 인해 근무 인력은 2500명에 불과했다.

6개 조립 라인에서는 각종 규격의 TV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30~40인치대의 보급형 TV부터 65인치의 최신 3D(입체) TV까지 다양했다. 문병수 TV 생산담당 부장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량 중국 내수용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3D TV가 전체 생산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연구·개발 체제도 구축

삼성이 천진을 중국 내 2대 생산기지 중 하나로 잡은 것은 이곳이 발해(渤海)만 최대의 경제도시이자 수도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천진을 대표하는 빈해(濱海)신구는 지난해 지역총생산(GDP) 규모가 상해 포동(浦東)신구를 넘어섰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이곳에 국제품질인증연구소도 설립해 현지 완결형 연구개발(R&D)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은 현지에서 연구·개발하고 시험도 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 연구소에는 천진 삼성전자에서 생산되는 TV와 모니터, 카메라, 휴대폰 등의 제품 안정성과 유해 전자파 여부 등을 시험할 수 있는 각종 테스트 설비가 구비돼 있다.

김성식 천진 삼성전자 대표는 "중국의 수도권에 위치한 천진은 육상과 해상은 물론 항공에 이르기까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고 있어 중국 삼성의 생산기지로서 최고의 입지 여건을 갖춘 곳"이라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이곳을 북방의 경제 중심지로 적극 육성하고 있어 앞으로도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