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멸종위기종(정부 지정)이 대폭 바뀐다. 삵·잔가시고기·울도하늘소·히어리 등 약 60종은 과거보다 개체 수가 많아져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고, 붉은배새매·열목어·말총벌·개불알꽃 등 50~60종은 새로 지정될 전망이다. 현재 지정된 멸종위기 동·식물(총 221종) 가운데 25~30%가 한꺼번에 교체되는 셈이다.〈그래픽 참조〉
환경부 관계자는 12일 "지난 1년간 외부 전문기관에 발주한 '멸종위기종 지정 기준' 연구 용역이 최근 마무리돼 새로운 멸종위기종 목록을 잠정 작성한 상태"라며 "곧 이를 공개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중 멸종위기종 해제와 신규 지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안)에 따르면 약 60종의 동·식물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멸종위기종 지정 해제가 추진되고 있다.
우선 국내 서식 흔적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로, 1924년 전남에서 6마리 포획을 끝으로 야생에서 종적을 감춘 호랑이를 비롯해 늑대·대륙사슴·스라소니 등(이상 포유류)과 20년 넘게 관찰 기록이 없는 크낙새(조류), 방목에서 집단사육으로 목축방식이 바뀌면서 이제는 농촌에서 사라진 소똥구리(곤충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삵·하늘다람쥐·무산쇠족제비(포유류)와 비둘기조롱이·말똥가리(조류), 맹꽁이(양서류), 둑중개·잔가시고기(어류), 울도하늘소·꼬마잠자리(곤충류), 개느삼·노랑무늬붓꽃·솔나리·매화마름(식물류) 등은 과거보다 개체 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해제 대상에 올랐다.
이 중 맹꽁이의 경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양서류 개체수가 세계적으로 급감하는 추세를 감안해 계속 멸종위기종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과거보다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종 신규 지정이 검토되는 동·식물은 붉은배새매·섬개개비·흑비둘기(조류)와 수원청개구리(양서류), 열목어·버들가지(어류), 대모잠자리·말총벌(곤충류), 각시수련·개불알꽃·백양더부살이·제비붓꽃(식물류) 등 50~60종이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멸종위기종을 1급(50종)과 2급(171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좀 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1급이다. 이번 멸종위기종 변경 작업에서는 수달·노랑부리저어새·두점박이사슴벌레·귀이빨대칭이·칼세오리옆새우 등 5종이 "과거보다 개체수가 늘어 상대적으로 멸종 우려가 낮아져" 멸종위기종 1급에서 2급으로 조정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1998·2005년에 이어 세 번째 변경하는 이번 멸종위기종 목록은 향후 도시개발·터널·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에 대해선 공사 현장과 그 주변에 이들 종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 여부 등을 일일이 조사해 공사 내용을 변경하거나 서식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면 지정이 해제된 멸종위기종에 대해선 이런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공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