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오전 9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컨벤션센터. 전 세계에서 모인 5500여명의 IT 개발자들 앞에 빅 군도트라(Gundotra) 구글 수석 부사장이 나섰다. "(모바일기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새 로고를 발표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로봇(안드로보이)이 '사과'를 먹는 그림이 떴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개발자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봇은 안드로이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이고, 사과는 경쟁사인 애플을 의미한다.
구글은 이날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Google IO)'를 통해 애플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애플과의 전쟁을 위해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소니에릭슨· 버라이즌·보다폰 등 10개 파트너 업체와 '연합군'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구글 주도로 특정 10개 업체가 연합군단을 결성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애플 제국' 대 구글 '안드로이드 군단'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줄곧 애플을 '타도 대상'으로 삼았다. 구글은 온라인 음악·영화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노래 2만곡과 영화 4000여편을 온라인에서 구매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애플의 아이튠스와 정확히 겹치는 사업이다. 이날 발표한 안드로이드 OS의 최신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 'iOS'처럼 영상통화 기능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또 이날 참석한 IT개발자 모두에게 삼성의 최신 태블릿PC '갤럭시탭 10.1'도 제공했다. 여기에 들어 있는 핵심 운영체제(OS)가 바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개발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310종의 안드로이드 기기가 출시됐고, 매일 40만대가 새로 개통되고 있다. 구글의 휴고 바라(Barra) 디렉터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어떤 기기에서나 사용 가능한 하나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PC 전쟁'史 되풀이되나
"IBM을 진심으로 환영한다(Welcome, IBM. Seriously)."
1981년 IBM이 PC시장에 진출할 때 애플이 게재한 자신만만한 신문광고다. 당시 PC시장을 장악한 애플은 PC 제조,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었다. 반면 후발주자인 IBM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운영체제 개발을 맡기고 PC 제조기술을 다른 회사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공개했다.
폐쇄전략을 고수했던 애플은 IBM의 연합군 전략에 밀려 PC시장에서 몰락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스마트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비슷하다. 애플은 PC사업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아이폰)와 운영체제(iOS)를 독자개발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하지만 '공개'와 '연합' 전략을 펴는 안드로이드 세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 'iOS'에 한참 뒤졌던 안드로이드는 올 1분기 35.9%의 시장점유율로 'iOS'(18.1%)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리며 1위에 올랐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거인 MS도 애플에 반격을 예고했다. MS는 10일 인터넷전화 회사 스카이프를 85억달러(9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스카이프를 스마트폰 OS '윈도폰7'에 기본으로 탑재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애플이 PC시장의 30년 전 역사를 되풀이할지, 모바일 시장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지 바야흐로 IT 패권(覇權)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