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년 4월 총선의 공천 방식으로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완전 국민경선제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유권자면 누구나 특정 정당의 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공직 선거후보자를 뽑을 수 있는 제도다. 민주당은 200명 정도의 국민 배심원단을 선정해 공직 후보들의 토론회를 평가하게 할 방침이다. 그 평가 점수와 당원 투표 및 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종합, 공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양당이 이런저런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는 것은 공천 심사위라는 껍데기 조직을 앞세워 당내 실력자 몇 명이 공천을 주물러온 기존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때마다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쪽은 늘 국민들을 실망시킨 낡은 정치인들을 몰아내고 참신한 신인을 수혈해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동료 정치인들을 솎아내겠다고 공천 칼자루를 휘두르는 정치인 스스로가 그럴만한 도덕성과 자격을 갖춘 경우는 드물었다. 당 주류가 성가신 비주류 세력을 쳐내는 명분으로 '물갈이'를 들고 나왔다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물갈이 공천'이 진짜 물갈이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주류 실력자들이 공천 과정에서 상당수 친박(親朴) 인사들을 쳐내자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공천 후보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한 낙천(落薦) 후보들에게 표를 줬다. 유권자들이 물갈이의 명분과 속내가 다르다는 걸 꿰뚫어본 것이다. 집권당이 지난 3년 내내 주류·비주류 항쟁(抗爭)을 벌여온 것도 겉 다르고 속 다른 물갈이 공천의 후유증이다.
그러나 권력자의 자의적(恣意的) 물갈이 공천을 바로잡는 대안(代案)으로 등장한 상향식 공천은 인지도(認知度)나 조직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정치 신인들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고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더 강화시켜줄 우려가 있다. 또 흥행만 생각하고 일반 유권자 참여폭을 지나치게 넓히다 보면 정당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당원들이 자신들을 가장 잘 대표하는 동료 당원을 뽑아 선거에 내보내는 정당 정치의 기본 원칙이 손상될 수 있다.
공직 후보 선출권을 당 지도부 몇몇 사람 손아귀에서 풀어 주겠다는 기본 방향은 살려야 한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의 성패는 풀뿌리 민주주의 도입이라는 좋은 의도가 '현역의원 굳히기'와 '정당 정체성과 무관한 인기투표'라는 나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어떻게 보완 장치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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