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7일 볼리비아·페루 등을 방문키 위해 출국했다. 2009년 여름부터 역점을 쏟아온 자원외교를 위해서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전날 비주류의 황우여 의원이 친이 주류의 안경률·이병석 의원을 누르고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데 대해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의장은 친이 후보들의 패배를 놓고 '친이 주류의 분열'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친이(親李)·친박(親朴)과 관계없이 후보 (개인에 대한) 선택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의원들의 쇄신 요구가 주류 대신 비주류 후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주류의 분열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재오 특임장관 쪽 분위기는 다르다. 이 장관의 측근은 "이 장관은 '현 정권을 세운 주류가 이렇게 흩어질 수 있느냐'며 허탈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상태"라고 했다. 이 장관은 경선 전 트위터에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허 참 그게 아닌데…'하고 웃어넘겨라"고 적었는데, 이 인사는 "막상 '배신'이 현실화된 지금 이 장관은 말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장관과 가까운 의원들도 "아무리 배신과 변절이 판치는 게 정치라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황 의원을 지원한 일부 친이계 의원들에게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의장과 이 장관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각각 이병석 의원과 안경률 의원을 밀었었다.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이 떨어진 뒤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이 전 부의장 쪽 표의 다수가 안 의원을 지지했더라면, 이 장관측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장관 쪽 인사들은 지난해부터 "이 전 부의장 쪽이 결국은 박근혜 전 대표와 전략적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해 왔다. 박 전 대표측에서도 이 장관과는 달리 대통령 친형인 이 전 부의장과는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관측은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게 지난 금요일에 실시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측 관계자는 "이 전 부의장이 박 전 대표측과 연대할 것이란 세간의 소문이 현실화됐다"고 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 대통령이 14대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13대 총선에서 당선돼 내리 6선을 한 정치 원로이고, 이 장관은 15대 총선때 이 대통령이 지역구로 재선할 당시 자신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각각 이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과 정치적 동지로 그의 당선을 위해 협력했고 결국 집권에 성공했다. 그래서 양측에선 '갈등설'이 나돌 때마다 "양측 일부에서 생각의 차이를 부풀리는 경우가 일부 있어도 두 사람 간의 관계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점점 두 사람의 '결별'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상황이다. 지난주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장관 중심의 주류 세력이 비주류가 되고,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상득계, 중도·소장파가 연대하는 구도로 한나라당 역 학 구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정치판의 냉엄한 현실을 또 한 번 보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