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어가 2200년 전 한반도 등 아시아 지역 이주민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공개됐다고 AFP가 5일 보도했다.

도쿄대학의 리 션과 하세가와 도시카즈(長谷川壽一) 교수는 영국왕립학회보B(The 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은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일본어 가운데 오랜 기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동사, 숫자, 명사 등 단어 210개를 뽑은 뒤 59개 방언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일본어의 기원을 추적한 결과, 일본어는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대대적인 이주가 이뤄진 기원전 200년쯤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반도 출신 이주민들이 일본 원주민의 언어를 상당수 대체했다는 '일본 열도 외부유입설'이라는 학설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최근 고고학과 유전학적 조사를 통해서도 기원전 200년 전후로 한반도 등에서 새로운 농업 기술과 도구를 갖고 건너온 이주민들이 원주민들의 농업 등 각종 생활뿐만 아니라 언어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어가 한반도 이주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멸망한 백제의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일본 학계에서는 일본어의 기원과 관련, 자생설과 외부 유입설이 대립하고 있다. 자생설은 1만2000~3만년 전부터 일본에 원주민이 살고 있었으며, 현대 일본어는 당시 원주민에게서 직접 전해져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기원전 200년을 전후해 한반도 등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이주민이 유입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쌀과 농업기술을 전파했을 뿐 언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