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로코코 시대 궁정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대규모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세계문명전의 하나로 3일 개막하는 특별전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는 17~18세기 유럽 군주와 귀족들의 화려한 애장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장식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컬렉션으로 꼽히는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의 소장품 101건이 엄선됐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 문화의 전반에서 나타난 바로크(Baroque)는 장엄하면서도 감정적이고 역동적인 예술 사조. 프랑스·스페인·영국의 절대군주들은 형식과 질서를 고수하면서 웅장하고 화려한 양식을 선호했다. 18세기 초에는 왕권이 약화되고 귀족과 중산계급이 부유해지면서 보다 가볍고 감각적인 취향이 돋보이는 로코코(Rococo) 양식이 유행한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애장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코담뱃갑'(위)과 18세기 실크 새틴 구두.

전시장에선 당시 왕들이 수집했던 호화로운 담뱃갑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애장한 300개 넘는 코담뱃갑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코담뱃갑'은 녹색 장식돌인 녹옥수(綠玉髓) 몸체 위에 촘촘히 박힌 다이아몬드 장식이 빛을 발한다. 찰스 1세의 초상을 새긴 황금 담뱃갑, 전쟁의 승리를 자축하며 승전지 지도를 그려넣은 담뱃갑도 볼 수 있다.

로코코 미술의 전성기 화가인 프랑수아 부셰(1703~1770)가 그린 '퐁파두르 후작 부인 초상화'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情婦)였던 부인이 풍성한 새틴 드레스를 입고 푸른 정원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그림으로, 볼은 발그레한 핑크빛, 손목 위에선 진주 팔찌가 영롱하게 빛난다. 배경의 나무들은 휘어질 듯한 곡선이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책은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 연출된 장면"이라며 "은빛·핑크빛·파스텔톤을 주조로 하면서 직선을 거부하는 로코코 양식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권세와 영광' 코너에서는 전쟁이 미술품 제작에 미친 영향을, '종교적 장엄'에서는 일반인이나 교회가 봉헌용으로 주문한 미술품을 살펴본다. 궁정과 귀족 저택에 사용됐던 가구·직물·자기 등 '실내 장식'과 당대 유행한 '패션과 장신구'도 볼 수 있다. 벽장식용 카펫인 태피스트리, 상아와 거북 등껍질로 장식한 바로크식 가구까지 전시돼 눈이 즐거운 전시다. 8월 28일까지.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