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만들었으나 뉴스는 없었다.
27일 오후 2시 15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워싱턴DC 미 연준 회의실 중앙의 마호가니 책상 앞에 앉았다. 회의실을 메운 60명의 기자들과 눈을 마주치자 10여명의 카메라맨이 셔터를 눌렀다. 1914년 미 연준 설립 이래 거의 100년 만에 처음 갖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적 순간은 사실 이때뿐이었다.
버냉키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내용을 15분간 설명하고, 나머지 45분 동안 18개의 질문을 받았지만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본은 반복됐고 어떤 감정과 반전도 없이 전달됐다"며 "이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관전평이었으면 영화는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루한 버냉키 의장의 원맨쇼에 대해 시장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데이나 사포타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오늘 공연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나는 안심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시종 차분하고 계산된 어법으로 어떤 새로운 뉴스도 내놓지 않았고, 충격과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시장은 이런 버냉키 의장의 지루한 쇼를 반겼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서 유일하게 소득을 올린 사람들이 있다면 미 연준의 성명서를 분석하는 '연준 관찰자(Fed Watcher)'들이다. 버냉키 의장은 FOMC 성명서에 지난 2009년 3월부터 들어 있는 '상당기간(extended period) 저금리를 지속한다'는 것이 언제까지 계속된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FOMC 회의가 앞으로 2~3차례(a couple of meetings) 더 열릴 때까지"라고 답변했다. FOMC가 6주마다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3달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