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은 이탈리아가 통일되고 150주년 되는 날이었다. 정치적으로 통일된 이탈리아, 과연 '맛'으로도 하나가 됐을까. 최근 메일 등을 통해 인터뷰한 이탈리아 음식 사학자이자 음식평론가 오레타 자니니 데 비타(De Vita·75) 여사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했다. 세계 사람 누구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 파스타가 그 근거라니, 아이러니로 느껴지기도 한다. 데 비타 여사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파스타 권위자. '파스타 백과사전(Encyclopaedia of Pasta)'을 써 미국과 유럽에서 이름을 알렸다.
―파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널리 퍼진 국수이다. 이유는 뭘까.
"요리하기 쉽고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양념도 그때그때 제철인 것, 구하기 쉬운 것이면 무엇이건 사용할 수 있다. 어떤 곳에선 초콜릿에 파스타를 버무리기도 한다."
―이탈리아가 통일된 지 150년이 됐다. 전국 어디에 가도 맛이 같은, 통일된 '이탈리아 요리'가 있나.
"아니다, 다행스럽게도(no, fortunately no). 이탈리아 요리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현재 이탈리아 요리는 다양한 지역 요리의 복합체(complex of regional cuisines)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인들은 이탈리아의 맛으로 파스타를 먼저 떠올린다. 파스타도 통일된 요리가 아닌가.
"이탈리아 북부에선 주로 연질 소맥을 달걀에 반죽해 파스타를 만든다. 반면 남부에선 경질 소맥(두럼밀이라고도 부른다)을 물로 반죽한다. 북부에선 갓 만든 생 파스타를 선호하지만 남부에선 스파게티 같은 건조 파스타를 더 좋아하는 식으로 맛이 통일되지 않았다."
―파스타 종류가 많다는 건 알려져 있긴 하다.
"내 책에 소개한 파스타만 310가지다. 이탈리아 일반 상점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파스타도 100가지나 된다."
―한국인들은 파스타를 '알 덴테(al den te·국수 중심에 단단한 심이 남도록 파스타를 삶는 것)'로 삶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푹 익은 부드러운 국수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알 덴테 파스타는 설익은 것처럼 느껴진다.
"안다. 나를 찾아오는 외국 사람은 모두 알 덴테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알 덴테가 정확하게 뭔지 설명이 쉽지 않다. 알 덴테는 실제로는 역사가 짧다. 이탈리아에서도 19세기까지는 파스타를 부드럽게 푹 삶아 먹었다. 100여 년 전 나폴리에서 씹는 맛이 있도록 파스타를 덜 삶기 시작했고 전국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볼로냐 소스 스파게티'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볼로냐에 가보니 라구(볼로냐 소스의 원래 명칭)는 스파게티 국수랑 먹지 않더라.
"절대, 절대! 볼로냐에서 라구는 탈리아텔레(tagliatelle) 같은 생 파스타에 먹는다. 스파게티 같은 건조 파스타에는 먹지 않는다."
―볼로냐 소스 스파게티는 누가 만들었을까.
"미국으로 이민 간 이탈리아 사람들이란 설이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한국에서 크림소스 파스타의 대명사는 카르보나라(carbonara)이다.
"그럴수가! 원래 카르보나라는 달걀로 만든다. 달걀에 다진 관찰레(훈제한 돼지볼살)와 검은 후추가 전부인 단순한 소스이다. 여기에 크림을 좀 더할 순 있어도 아예 크림소스라고 이름을 붙이는 건 말도 안 된다."
―파스타와 소스의 궁합을 맞추는 데 규칙이 있나.
"그런 건 없다. 달걀로 반죽한 생 파스타는 라구처럼 진한 고기 소스와 어울린다. 남부에선 물과 경질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는데, 채소나 해산물로 만든 소스에 먹는다. 콩이나 잘게 자른 채소가 들어간 미네스트로네(minestrone) 수프에 넣는 파스타는 다른 재료와 크기가 비슷한, 작고 짧은 파스타가 어울린다. 하지만 미네스트로네에 긴 파스타를 넣어 먹기도 하니 역시 규칙이란 없는 셈이다."
―'파스타는 중국이 원조'라는 설(說)이 많이 돌고 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본 국수를 이탈리아에 퍼뜨렸다는 것이다.
"마르코 폴로가 1296년 베네치아로 돌아오기 200년 전인 10세기경 이미 파스타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서기 800년경 그러니까 아랍인들이 시칠리아를 지배하던 시절 아랍인들이 파스타 만드는 기술을 전해줬다는 것이 정설이다."
☞파스타 용어해설
라구(볼로냐 소스)=고기를 기본으로 한 파스타 소스.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당근, 셀러리, 양파, 토마토 따위를 섞어 뭉근한 불에 오래 끓여 만든다.
탈리아텔레(tagliatelle)=얇고 폭이 넓은 납작한 파스타.
카르보나라(carbonara)=달걀과 경질 양젖 치즈, 관찰레(훈제한 돼지볼살) 또는 베이컨, 검은 후추로 만든 소스의 파스타.
미네스트로네(minestrone) =다양한 채소를 넣은 수프. 작고 짧은 파스타 또는 쌀을 넣어 먹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