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은행 행장 선출은 금융권에서 'TK(대구·경북) 목장의 결투'로 불렸다. 정부가 57%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 신임 행장 공모에 참여한 6명의 후보 중 5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대구·경북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각축 끝에 결국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이순우(61)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 신임 행장으로 낙점을 받았다.

작년 12월 기업은행장을 뽑을 때는 경북 상주 출신인 조준희 전무(수석부행장)가 단독으로 청와대에 추천돼 행장으로 임명됐다. 역대로 기업은행장은 정부 차관급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기업은행 행원 출신인 조 행장이 경쟁자 없이 임명되자 금융권에선 "금융계 인사를 좌지우지해온 재무 관료들마저 TK에 밀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금융공기업 CEO(최고경영자) 인사에 TK를 비롯한 영남권 지역 편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금융공기업 31곳을 대상으로 역대 정부에서 임명한 CEO(최고경영자)들의 출신 지역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현 정부 들어 대구·경북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 정부가 임명한 금융공기업 CEO는 44명이었다. 이 중 대구·경북 출신이 15명(34.1%)으로 가장 많았다. TK 출신의 비율은 2010년 현재 전체 인구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중(10.5%)의 3배가 넘는다. 부산·경남 출신 9명(20.4%)까지 합할 경우 영남 출신이 24명(54.5%)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들이 금융계의 주요 요직을 장악하는 것은 역대 정부마다 반복된 현상이었다. 한국 경제의 돈줄을 쥐는 금융기관 수장(首長)에 기왕이면 충성도가 높고 정권과 코드가 맞는 같은 지역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정권 입장에선 편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임명한 금융공기업 CEO 46명 중 호남 출신이 13명(28.3%)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PK 출신이 25%(48명 중 12명)로 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지역 편중의 정도가 과거 정부보다 훨씬 심한데다 지역 안배가 무시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공기업 CEO 가운데 특정 지역 출신이 30%를 넘긴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