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해 현행범으로 검거된 현직 판사가 사직했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오전 8시 50분쯤 출근길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의 뒤에서 몸을 밀착시켜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서울고등법원 황모(42) 판사가 22일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피해여성과 합의했으며, 피해여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형사처벌은 받지 않게 됐다. 성추행은 친고죄(親告罪)여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황 판사는 사표가 수리되면서 이번 일로 인한 징계를 받지 않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비리로 수사를 받거나 징계에 회부되면 사직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황 판사의 경우 직무관련 위법행위가 아니라 개인 비리여서 사직 제한 규정에는 해당하지 않고, 법관 징계는 최고수위가 정직(停職)이어서 사표수리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 판사가 처벌과 징계를 모두 면하게 되면서 대한변협이 심사하는 변호사 개업에도 법적인 제한이 없어졌다. 그러나 대한변협 관계자는 "형식상 개업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법조인의 품위 손상 문제를 엄격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판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승강장에서 전철을 타지 않고 서성대다 김모(28·회사원)씨를 뒤따라 탄 뒤 전동차 안에서 10여분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황 판사가 범행 대상을 고르기 위해 승강장을 배회하는 지하철 성추행범 습성을 보여 2명의 남녀 경찰관이 따라가 성추행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황 판사는 현장에서 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 김씨에게 사과했으나, 김씨가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경찰에 입건됐다. 황 판사는 21일 오전 지하철경찰대 수사2대에서 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순순히 판사라고 직업을 밝혔고, 진술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충동이 생겨 저지른 일이니 한번 봐달라. 언론보도 안 나가도록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