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괴물의 부활 뒤에는 그가 있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8이닝 6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류현진의 부활에는 4년차 포수 이희근(26)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다. 이날 류현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이희근은 함께 머리를 맞댄 볼 배합으로 재미를 봤다. 경기 후 류현진은 "(이)희근이형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게 주효했다"고 부활 비결을 밝혔다.

사실 류현진의 최고 파트너는 '이글스의 안방마님' 신경현이다. 지난해 2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할 때에도 신경현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 결과였다. "신경현 선배 리드대로 던졌다"는 류현진의 단골 멘트였다. 그러나 시즌 첫 3경기에서는 결과가 안 좋았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볼 배합과 투구 패턴이 노출된 것도 한 요인이라면 요인이었다. 그래서 한대화 감독은 이희근을 선발 포수로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이날 류현진은 포수 사인에 대해 몇 차례 고개를 흔들기도 했고 이희근도 마운드에 자주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희근은 "내가 잘한 건 전혀 없다. (류)현진이가 너무 잘 던졌을 뿐"이라며 "경기 전부터 볼 배합을 어떻게 가져갈지 많이 이야기했다. 지난 경기에서 몸쪽 승부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바깥쪽 위주로 간것이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진이 볼은 예전처럼 좋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이희근의 출장 빈도가 늘어가고 있다. 주전 포수 신경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희근이 안방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그는 "신경현 선배님의 컨디션이 잠깐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요즘 신경현의 컨디션이 안 좋아 이희근이 자주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형 포수로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희근의 우상은 올해 만 41세가 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포수 다니시게 모토노부. 노무라 가쓰야 이후 포수로는 두번째로 2500경기를 출장한 다니시게는 1708이닝 연속 무실책 기록까지 갖고 있는 대포수. 이희근은 "어릴 때부터 일본프로야구를 많이 보고 좋아했다. 그때부터 다니시게를 많이 존경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왜 주니치가 강팀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니시게는 포수로서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투수리드 그리고 강한 승부근성과 타격에서 한 방 능력이 갖춘 공수겸장형 안방마님이다. 그래서 이희근은 지난해부터 등번호도 다니시게의 27번으로 바꿨다. 수비·투수리드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희근은 그러나 타격이 약하다. 지난 10일 대전 LG전에서는 통산 2번째 홈런을 쳤지만 아직 부족하다. 한대화 감독은 "성균관대에서 3번타자를 쳤다는데…"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희근은 "타격은 많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훗날 한화의 다니시게가 되는 날 독수리 군단의 안방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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