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생산한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에어컨을 켜고 운행할 경우 배출가스 허용 기준의 최대 11배가 넘는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배출가스 농도가 허용 기준치보다 높을 경우 경고등이나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알리는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가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가 부품 결함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환경부는 작년 10월부터 현대차 '투싼 2.0', 기아차 '스포티지 2.0',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윈스톰2.0s', 쌍용차 '액티언' 등 배출가스 보증기간(5년 또는 주행거리 8만㎞ 이하)이 지나지 않은 4종의 디젤 SUV에 대해 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투싼·스포티지가 평상시에는 대기 오염물질을 허용 기준 이하로 배출하지만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차종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다른 디젤 SUV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 현대차측에 원인 규명을 하라고 비공식 통보한 상태"라며 "이들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는 허용 기준의 3~11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출고된 현대·기아차의 디젤SUV 가운데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차량은 모두 100만 대로 파악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배출가스가 허용 기준의 5배 이상 고농도로 나올 경우 계기판에 '체크 엔진' 경고등이 켜지거나 경고음을 발생해 운전자에게 정비를 유도하는 OBD 장치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허용 기준의 10배가 넘는 배출가스가 나오는데도 OBD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대차측에 부품 결함 여부와 함께 원인 규명을 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작년 10월부터 결함 확인 검사를 했지만 이번에 발견된 문제점은 결함 확인 검사가 아닌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발견된 것"이라며 "제작사로 하여금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개선 방안을 제출하도록 공식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측은 "환경부가 요청한 개선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후에 적극 반영해 대기(大氣)의 질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