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산하 검찰 소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을 없애고 수사 기획·지도만 담당하게 하자는 데 합의했다. 법원 소위원회도 대법관 숫자를 현재 14명에서 2014년까지 2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중요 사건을 수사하는 총장 직할 기구다. 대검에 다른 나라 검찰에는 드문 중수부를 설치해 수사를 맡도록 한 것은 수사 검사가 외부 압력에 굴(屈)하지 않고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기업인들을 소신껏 수사해 처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는 으레 정권이 바뀐 뒤에야 전(前) 정권 비리에 칼을 대거나, 어쩌다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할 때도 정권의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여론에 떠밀려 하는 바람에 본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중수부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중수부 폐지론자들은 검찰이 '정권의 칼' 노릇을 못 하게 하려면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수부가 없어진다고 검찰의 정치 중립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수부의 수사 기능이 없어지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중수부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려면 특수부를 총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지금의 자리가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를 갖고 정치권의 외압을 막아내야 한다. 최고위직에 올라 퇴직을 눈앞에 둔 검찰총장마저 이런 자세를 갖추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더 높은 자리로의 승진을 바라보고 있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형편에서 중수부 수사 기능을 없애면 검찰이 그나마 해온 권력형 비리 수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없애기보다는 미국의 배심제 같은 내부 통제 장치를 둬 검찰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고위공직자·기업인의 기소 여부를 정치적 고려에 따라 임의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14명 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12명의 대법관이 한 해 1인당 2696건의 재판을 맡고 있다. 대법관이 20명으로 늘면 2009년 사건 수를 기준으로 하면 대법관 1인당 1797건으로 줄어들긴 한다. 이 정도 줄어든다고 상고심 재판이 훨씬 빨라지지는 않는다. 상고 사건 수가 지난 5년처럼 연평균 11%씩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6년쯤 뒤에는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다시 현재 수준으로 늘어난다. 대법관이 증원된다고 해서 업무 부담을 줄여 재판을 충실히 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독일은 민형사·노동·행정 등 5개 분야별로 대법원을 설치해 총 324명의 대법관이 1·2심과 똑같이 유·무죄를 따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1·2심처럼 유·무죄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 법률의 통일적인 해석을 통해 사회가 따라야 할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재판에서 상고 건수가 많은 것은 국민이 1·2심의 판결을 흔쾌히 받아들일 만큼 법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법체계를 독일식으로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1·2심 재판을 꾸준히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높여나가는 점진적 개선책밖에 없다. 대법관 증원은 정답(正答)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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