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 고운 마룻바닥 위에 분홍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옥색 한복 치마를 활짝 펼치고 앉았다. 치맛자락과 저고리 옷고름이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린다. 작품 제목은 '자운영2'. 단청 기법을 이용해 소나무 판에 그림 그리는 김덕용(50)은 어릴 때 어머니가 즐겨 입었던 인조견 한복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옷에 자개를 박아넣었다.

2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는 김덕용 개인전 '시간을 담다'에는 작은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를 그린 '창(窓)'연작, 차고 이지러지는 달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한 '결-달이 흐르다' 연작 등 50여점이 나왔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나무를 책 형태로 깎아 만든 '책' 시리즈. 가로 126㎝, 세로 113.5㎝의 작품 8점이 한 세트를 이루는 '오래된 미래'는 나무 상자 안에 나무 책들을 가로로 뉘어 빼곡하게 쌓았다. 책에는 '몽실언니', '마지막 잎새', '주홍글씨' 등 작가가 학창 시절 흥미롭게 읽었던 책의 제목을 새겼다. 군데군데 서랍을 배치해 '추억'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작가는 "'책' 작업을 통해 예술가가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받아야만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02)519-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