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정전 사건으로 인해 서스펜디드 게임, 즉 일시정지 경기가 발생했다.

1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두산전은 8회초 두산 공격중 갑자기 암흑 세상으로 바뀌었다. 두산 정수빈이 기습번트를 댄 뒤 1루쪽으로 뛰어가는 상황이었다. 삼성 투수 임현준도 1루 커버에 들어가는 순간, 대구구장의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전광판과 조명탑은 물론 모든 시설물의 전원이 다운됐다. 구장내 유선인터넷도 순간 먹통이 됐다. 이같은 상황이 오후 7시28분에 발생했다.

인근 아파트에는 불이 켜져있는 걸로 봐서 오로지 야구장 전원만 차단된 상태였다. 예전에도 드물게 야구장에서 전광판이 고장나는 경우는 있었다. 간혹 조명탑 일부가 꺼진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야구장의 모든 불빛이 한꺼번에 사라진 건 그야말로 황당한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약 10분 동안 구장내 건물 불빛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조명탑도 일단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다시 꺼졌다. 오후 7시42분쯤 다시 조명탑 불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삼성측에선 "야구장 전기실의 메인 변압기 고장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대구구장에는 총 6개의 조명탑이 있다. 그중 좌측 외야 파울라인쪽의 5번 조명탑은 끝내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결국 심판진과 김호인 경기감독관이 30여분간 논의한 끝에 오후 8시16분에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정수빈의 기습번트는 노플레이가 선언됐다. 타이밍상 세이프가 유력했지만, 플레이가 끝나지 않았고 어떠한 최종 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5번 조명탑에도 불이 들어왔다면 심판이 경기 속개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플레이에 지장을 미칠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심판은 양팀 덕아웃에 양해를 구해야한다. 삼성측은 경기를 재개해도 관계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두산은 "리듬이 끊겼기 때문에 재개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경기는 17일 오후 3시, 3-2로 앞선 두산의 8회초 1사후 정수빈 타석부터 대구구장에서 재개된다. 정수빈으로선 내야안타 1개를 잃은 셈이다.

대구구장은 1948년에 만들어진 건축물. 최근 삼성과 대구시가 새 야구장 건설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같은 황당한 정전 사태가 아니더라도, 대구구장은 몇년전 시설물 안전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아 일부 보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조명시설 고장으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 발생은 역대 두번째다. 지난 99년 10월6일 전주에서 열린 쌍방울과 LG의 더블헤더 2차전 1회에 조명시설 고장으로 일시정지 게임이 선언됐다. 당시 이틀 뒤인 10월8일 경기가 재개됐다. 프로야구 통산 서스펜디드 게임은 이날 삼성-두산전까지 6번째다.

이날 경기가 5회를 넘어 진행됐기 때문에 입장권과 관련해선 환불이 필요없다는 KBO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측은 "원칙상으론 그렇지만 팬들 정서를 감안해 오늘 입장권을 소지한 팬들은 추후 한경기에 무료 입장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즉 16일 입장권을 가진 팬이 17일 대구구장에 오면 일시정지 게임과 오후 5시의 본게임을 모두 무료로 관전할 수 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