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을 정치 성향의 행사에 동원하는 것에 대해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을 수천명씩 단체로 행사에 참가시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서울시내 중·고교에 '4·19 민주 올레 현장 체험학습 참가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체험학습 행사를 주최하니, 학생들에게 적극 알리고 신청을 받으라'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중·고생 2000명을 참가시킬 계획이다. 학생들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을 출발, 성북구·종로구·동대문구·중구 일대 4·19 혁명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고 4시간짜리 체험학습 확인서를 받게 된다.

교육청은 이 행사를 '시민주권'이란 친노(親盧) 성향 단체에 위탁했고,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가 축사를 할 예정이다.

이에대해 공립 중학교 A교사는 "민주 의식을 길러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정치 성향을 띤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치우친 의식을 갖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한 중학교 교무부장은 "체험학습은 원래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외부 단체 프로그램을 골라 학교 승인을 받고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것인데, 교육청 차원에서 체험학습 참가자를 동원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을 둔 학부모 이모씨는 "학생들이 2000명씩이나 모이고 장시간 유적지를 걸어 다니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정치 단체 관계자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을지 알 수 없지 않으냐"며 "교육청이 왜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1 학부모 임모씨는 "진보·좌파 교육감이 부임했지만 정치 성향을 띤 단체와 함께 체험학습 행사까지 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